태국의 군부 쿠데타는 언뜻 시대착오적 사태다. 과거 쿠데타가 빈발한 기억이 새롭지만, 그만한 나라에서 15년 만에 다시 쿠데타가 발생한 것은 분명 이변이다. 국제사회가 조속한 민주헌정 회복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의 시각도 다를 게 없다. 다만 쿠데타를 부른 정국 혼란이 개혁을 표방한 탁신 총리의 권력남용과 부패, 정치술책 등에 분개한 민심 이반에서 비롯된 사실은 정치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가를 새삼 일깨운다.
탁신 총리는 1980년대 후반 이래 불과 10년 만에 태국 최대의 정보통신기업군을 키운 성공신화를 발판으로 정치권력까지 장악했다. 그는 독자정당 결성 3년 만인 2001년 총선에서 농민과 빈곤층 부채탕감과 의료보호 제공 등의 개혁공약과 함께 시장친화적 경제정책을 앞세워 단숨에 정권을 잡았다.
민족주의 구호와 기득권 타파를 외치는 포퓰리즘을 동원하면서도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 외환위기를 딛고 경제를 되살리는 업적을 이뤘다.
탁신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 사이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을 은폐하고, 초법적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감행하는 등 권력남용 자세를 보였다.
이어 올해 초 가족소유 회사 지분을 싱가포르 기업에 넘겨 무려 2조원을 챙기고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부도덕성으로 민심 이반과 퇴진 압력을 자초했다. 위기 돌파를 위해 조기 총선을 실시했으나 야권이 불참한 데다 집권당 후보 다수가 20% 아래 득표로 당선돼 헌법재판소가 선거무효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는 갖가지 정치술책을 구사하며 권력에 집착했다. 특히 국민의 절대적 추앙을 받는 푸미폰 국왕에 충성하는 군부가 정국 향방을 가를 것을 우려, 수뇌부 교체를 꾀한 것이 쿠데타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결국 태국 사태는 정치지도자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어떤 자질과 능력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탁신은 정치적 재능과 정책 성공에도 불구하고 탐욕과 독단으로 수치스러운 시대착오적 사태를 자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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