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화숙 칼럼] 거짓말이 가장 무섭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화숙 칼럼] 거짓말이 가장 무섭다

입력
2006.09.20 23:55
0 0

아파트값만큼 계산이 쉽게 나오는 주택이 없다. 땅값과 용적률만 알면 그 지역의 아파트 원가는 대충 누구나 계산할 수 있다.

아파트든 단독주택이든 집값의 원가는 땅값과 건축비가 핵심이다. 가령 100평짜리 마당에 30평땅을 파고 2층짜리(지하층 포함 연면적 60평) 집을 짓는다면 이 집은 땅값x100평 + 평당 건축비x60평의 비용을 들이면 나온다.

요즘 단독주택의 건축비는, 서울에서 잘 지은 집이 평당 5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건축가와 시공사에 주는 돈은 물론 주차장 설치와 주변 정리에 드는 돈까지 다 포함해서 그렇다.

● 단독주택보다 싼 아파트 건축비

용적률은 땅의 면적에 비해 건물이 차지하고 있는 연면적을 표시하는 것으로, 이 집은 땅이 100평인데 반해 건물은 60평이니까 용적률이 60%인 셈이다. 이 집의 평당 원가는 우선 평당 땅값을 0.6으로 나눈 가격에다가 평당 건축비를 더하면 된다.

용적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평당 땅값은 떨어진다. 서울 지역 아파트는 용적률이 보통 200%를 넘는다. 똑 같은 땅에 두 배 면적의 건물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은평뉴타운은 서울시가 녹지비율을 높여서 용적률이 평균 152%라고 밝혔다. 평당 땅값은 이 지역의 땅값을 1.52로 나누면 나온다. 이 지역의 땅값은 서울시가 쳐준 보상비를 토대로 계산하면 평당 361만원이다. 그렇다면 이 곳에 아파트를 지을 때 들어가는 평당 땅값은 237만5,000원이다.

아파트 건축비가 얼마나 드느냐에 대해서는 자재를 얼마나 고급화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독주택보다 덜 든다는 것이 상식이다. 아파트를 만들 경우 단독주택에 없는 엘리베이터니 복도니 기타 부대시설 비용이 있지 않냐고 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는 실평수와 분양평수가 다르다.

분양평수에 따라 가격을 매겼으면 그 안에는 실평수의 아파트와 나머지 부대시설을 건설할 비용이 다 들어간다. 기존에 있던 건물의 철거비용이 단독주택과 달리 더 들어갈 수 있겠지만 철거 비용이 평당 10만원은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로와 전기 수도 등 도시기반 시설에 들어가는 돈을 분양가에 포함시킨다고 해도 평당 건축비가 단독주택를 크게 웃돌 정도까지 되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땅값과 용적률만 알면 아파트의 원가가 대충은 잡힌다는 것은 은평뉴타운 뿐 아니라 정부가 개발하는 판교나 앞으로 개발하겠다는 송파는 물론 서울과 지방에서 우후죽순으로 올라가는 모든 아파트에 다 해당되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 부대비용이 더 들어가긴 한다. 우선 건축을 허가받기까지 들어가는 로비비, 분양을 위한 광고비, 입안에서 착공을 거쳐 분양까지 기다리는 동안 들어가는 금융비용 등이다. 공영개발이면 로비비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모두 건설업체 뺨치는 가격을 분양가로 매기고 있다면 중간에서 공무원이 속고 있거나 공무원이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 눈에 잡히는 아파트값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사업하는 사람이 물건 원가 공개하는 것 봤냐는 주장도 일리 있다. 원가와는 상관없이 공급자의 가격에 소비자가 동의하면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고, 동의하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2000년 들어 집값이 급등하면서 분양가가 비쌀수록 아파트의 인기가 올라가자 민간업체들끼리 경쟁적으로 분양가를 높여 매겨왔다. 그래도 그 가격에 소비자가 사겠다면 말릴 수 없는 것이 시장의 규칙이다. 집이 시장의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 자체가 평지가 적은 한국에서는 부도덕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판에 정부나 지방정부가 나서서 이런 식으로 집장사를 하겠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공기관이 거짓말을 했을 경우이다. 차라리 수익을 남겨 공공을 위해 쓰겠다면 이해하겠다. 상식과는 다른 비용을 원가공개라고 강변해서는 안 된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