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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전시 - 채미현과 닥터 정의 숭고한 만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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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전시 - 채미현과 닥터 정의 숭고한 만찬전

입력
2006.09.2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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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빔으로 공간에 드로잉을하는 작가 채미현이 서울 인사동김진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고있다. ‘채미현과 닥터 정의 숭고한만찬’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전시는아직 낯선 영역인 레이저 아트의 신기하고도 황홀한 모습이 관객을 아득한 시공간으로 초대한다. 닥터정이란 지질학 박사로 레이저를 다루는 기술적 문제를 도와주는 그의 남편이다.

2개 층에 하나씩 작품이 있다. 2층의 벽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몽유산수’(사진)는 초록색 레이저가 그리는 자유분방한 선과 반딧불처럼 날아다니는 초록색 점이 마치 우주를 비행하는 듯, 초현실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레이저 빔 하면 흔히 직선을 생각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부드러운 곡선이 춤을 춘다.신발을 벗고 올라가 어둠 속에서 보는 3층의 작품‘월광지곡’은 더 흥미롭다. 달 표면1,000㎞ 밑에서 일어나는 지진(심발지진)의 파형을 빛과 소리로 바꾼 작품이다.

바닥에 육각형의 투명한 아크릴 통을 잔뜩 세우고 그 가운데서 새파란 빛의 레이저를쏜다. 레이저 빔은 아크릴 판에 부닥쳐 바닥에서 벽으로 올라간다. 그러다 천정을 가로질러 반대편 벽을 타고 내려오면서 출렁거리는 물결 같기도, 빠르게 날아가는 달같기도 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 푸르디 푸른 빛의 바다에서“우르릉 우르릉” 울리는 달의 진동 음은 천천히 깊은물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며 명상적 공간을 연출한다. 다름 아닌, 달의 심장 소리다. 달의 심발(深發) 지진은 얕은 지진이나 운석 충돌의 울림과 달리 지구의밀물 썰물 주기와 정확히 연결돼 있다.

달과 지구의 상호 교감을 눈 앞에 펼쳐보이는 이 작품 앞에서, 지지고 볶는 일상은잠시 잊어버릴 수 밖에 없다. 전시 제목이 왜‘숭고한 만찬’인지 끄덕이게 된다.24일까지. (02)725-6751

오미환기자 mhoh@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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