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분 대통령 모두 본전은 못 건진 것 같다.”
5공화국부터 문민정부 시절까지 청와대 비서관과 환경부 장관으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대통령 3명을 연이어 보좌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세 전직 대통령 시절을 이렇게 요약했다.
윤 전 장관은 19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마련한 제5회 ‘장관리더십’ 포럼에서 전직 대통령에 관한 에피소드를 전하며 이들의 성격 등을 비교했다.
그는 “세 분 중 두 분은 감옥에 갔고 한 분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겪었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본전을 못 건지고 있으며 남은 임기 동안 적자 보기가 쉬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윤 전 장관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군 출신으로 호기 부리기 좋아하고 부하들을 훈련시키듯 혹독하게 다뤘지만 야단을 치더라도 성격상 뒤끝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습관이 있고 옷 매무새와 정리정돈 등을 매우 중시했다”며 “불시에 순시 나가는 것을 좋아해 경호실장은 옷을 입고 잠자리에 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깐깐한 성격 때문에 당시 청와대 부속실 직원들은 재떨이의 물 깊이를 점검하고 사인펜 위치까지 색깔별로 정리할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털털한 성격이었다고 윤 전 장관은 평가했다. 윤 전 장관은 “군 장성에게 계급장을 수여하면서 떨어진 나사를 직접 주울 정도로 격식을 갖추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지나칠 정도로 우유부단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두 가지 방안을 보고하면 다시 의논해 가져 오라 했다”며 “참모들도 계속 회의를 해 봐야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고 소득 없는 논의만 되풀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국정이 표류한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고 자조적으로 ‘하루살이 정권’이란 말도 들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전 장관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국정 경험은 부족했지만 누군가로부터 거슬리는 말을 듣더라도 제재하거나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 민정수석은 매주 민심동향 보고를 통해 시중에 도는 비판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며 “다른 사람이 들어도 얼굴이 화끈거릴 내용이 있어도 한 번도 화낸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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