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하면서 몸이 힘든 게 아니라 (비주전으로 떠도는) 이런 생활을 한 지 벌써 7년이 흘러 내 자신이 힘들어졌습니다.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고 지도자의 길로 접어든 LG의 ‘미스터 캡틴’ 서용빈(35)의 목소리에는 진한 아쉬움 만큼이나 후련함이 묻어났다. 서용빈은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1동 잠실야구장내 구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년간 LG에 몸 담으면서 보살핌과 은혜를 많이 받았다. 이제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용빈은 이날 함께 현역 선수생활 은퇴를 발표한 최고참 김정민(36ㆍ포수)과 오는 24일 시즌 마지막 홈 경기인 두산전에서 은퇴경기를 갖고, LG의 코칭스태프 육성 시스템에 따라 향후 2년간 지도자 수업을 받게 된다.
서용빈은 한때 잘 나가던 LG의 간판 스타였다. 9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42명 가운데 41번째로 뽑혔던 무명이었지만 그 해 전 경기에 출전해 최다안타 2위(157개), 타격 4위(타율 3할1푼8리)로 맹활약했고, 김재현(SK), 유지현(LG코치) 등과 함께 ‘트로이카’ 체제를 이루며 ‘신바람 야구’로 팀을 통산 두 번째 우승으로 이끌었다. 또 신인 첫해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으며 신인 최초 사이클링 히트, 20경기 연속 안타 등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잦은 부상과 병역 파동은 그의 앞길을 막았다. 98년엔 부상으로 1경기도 뛰지 못했고, 99년엔 병역 파동에 연루돼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2004년 11월 병역을 마친 그는 지난해 그라운드에 복귀했으나 15경기에서 39타수 5안타(1할2푼8리)에 그쳤고, 올 시즌도 전성기 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은퇴의 길을 택했다. 서용빈은 통산 827경기 타율 2할9푼(2,623타수 760안타) 350타점을 기록했다.
서용빈은 “지난해 공익근무에서 제대했을 때부터 은퇴 이야기가 나와 솔직히 야속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생각할 기회는 많았는데 막상 결정하려니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를 하면서 힘든 게 아니라 이런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제 홀가분한 마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특히 제일 힘들 때 의지가 되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줬던 아내(영화배우 유혜정)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99년 결혼식도 제대로 못 치르고 혼인해서 신인 때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때문에 사실 더 고민도 됐었다”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뒤 “팬들에게도 무척 고맙다. 내가 선수생활을 접을 뿐, LG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니까 지금처럼 많은 격려와 질책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93년 LG에 입단해 14년간 LG의 안방을 지켜왔던 김정민도 “94년 우승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는데 앞으로 지도자로서 후배들과 새로운 야구인생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정민은 통산 598경기 타율 2할5푼5리(1,050타수 268안타) 121타점을 기록했다.
잠실=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