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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정부, 국민들 대놓고 속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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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정부, 국민들 대놓고 속였나

입력
2006.09.2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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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명의 헝가리 시민들이 18일 밤 수도인 부다페스트에서 페렌츠 주르차니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며 격렬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헝가리 정부가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끊임없이 국민을 속였다는 총리의 발언이 녹음된 테이프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주르차니 총리는 19일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완수하겠다”며 사임 요구를 거부했다.

18일 밤 시위대는 차바드삭 광장에 몰려가 경찰에게 돌과 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맞섰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섰으나 분노한 시위대는 광장에 있는 국영 방송국을 공격, 건물이 불에 타는 등 격렬한 충돌이 밤새 이어졌다.

시위대들은 소련의 지배에 항거해 일어났던 1956년의 대규모 시위를 되새기는 의미에서 ‘56’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헝가리에서 이 같은 대규모 폭력시위가 발생한 것은 89년 공산주의 정권 붕괴 이후 처음이다.

현지 경찰은 19일 새벽 4시가 되어서야 광장에서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AFP 통신은 폭력시위를 벌인 시위대 중 광적인 축구팬인 훌리건과 호전적 민족주의자도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17일 헝가리 국영 라디오 방송 인터넷판에는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경제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거짓말만 해 왔으며, 실제로 성취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 주르차니 총리의 녹음테이프가 공개됐다. 주르차니 총리는 5월 사회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대화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하면서 의원들에게 당의 변화를 촉구했었다.

헝가리의 우파 야당인 ‘피데스(청년민주동맹)’당도 시위대와 완전한 연대를 표명하고, 주르차니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헝가리에는 집권 사회당-자유민주연맹 연합과 피데스당 양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반분하고 있다. 사회당의 전신은 공산당이지만, 공산정권 붕괴 후 시장경제 수용을 통한 경제 개혁을 적극 추진해 유럽연합(EU) 가입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총선 승리 이후 추진해온 세금 인상, 대학 수업료 도입, 의료 보조금 삭감 등 강도 높은 개혁조치가 큰 반발을 불러오면서 내달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사회당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피데스당과 유로존(유럽의 단일화폐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 가입을 두고도 대립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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