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버스, 지하철과 버스를 연이어 탈 때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대면 '환승입니다!' 소리를 지른다. 꼭 뭘 일러바치는 듯. 번번이 머쓱하다. 운전기사가 '또 환승 손님이야?'하며 실망할 것만 같다.
어떤 때는 한참 시간을 두고 갈아타서 방심하고 있는데 '환승입니다!' 소리가 날 때가 있다. 그러면 '어, 억울한 소리하네!' 분개부터 하고, 차비가 더 안 나가는 걸 깨달아 소박한 기쁨을 맛보는 건 나중이다. 버스를 먼저 타고 지하철을 타는 건 사뭇 마음이 편하다. 개찰구에 기관사가 없으니까.
마을버스로 갈아탈 때면 더 마음이 불편하다. 간선도로와 이어지는 그 노선이 걸을 만한 거리인데도 무임승차 덕을 보려고 좁은 차에 비집고 들어가는 듯해서다. 마을버스는 노인과 아이와 짐을 든 사람이 주로 탄다. 나도 짐이 없을 때 굳이 마을버스를 타지는 않는다.
어제 탄 마을버스는 대만원이었다. 문가에 흑인 남자 둘이 서 있었다. 동양인들 속에 옴짝달싹 못하게 낀 채 혼잡한 시장통을 지나, 좁고 굽고 비탈진 길을 고샅고샅 돌던 일을 그들은 두고두고 이야기할 것이다. 손잡이를 꽉 쥐고 있는 검은 손가락의 결혼반지에서 커다란 수정 알이 영롱했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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