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집권 중도좌파연합의 총선 패배로 스웨덴 복지모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웨덴식 복지과잉의 전철을 한국이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복지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국은 복지의 빈곤이 경제성장과 사회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어서 스웨덴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복지 씀씀이부터 천양지차다. 정부 재정에서 사회복지 지출 비중을 보면 한국(2005년)이 26.7%로 스웨덴(2003년 5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지출(2001년 기준)을 봐도 한국은 6.1%에 불과하지만 스웨덴은 28.9%로 5배에 육박한다.
한국은 터키(13.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스웨덴 국민은 노후의 대부분을 나라가 책임져 주지만, 한국은 전적으로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스웨덴이 여성의 보육 부담을 덜어주면서 여성의 지위를 세계 1위로 끌어올렸다면, 한국은 보육의 대부분을 여성 개인에게 맡기고 있다. 스웨덴은 봉급의 50%를 세금으로 거두고 직장을 잃으면 소득의 80%까지 정부가 지급하지만, 한국은 봉급생활자의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는 대신 직장을 잃으면 생계가 막막해진다.
복지에 관한 한 한국이 영양 부족이라면 스웨덴은 비만이다. 스웨덴이 과도한 ‘왼쪽’(복지과잉)에서 중도로 수정해야 할 처지라면, 한국은 오히려 복지를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우천식 박사는 “스웨덴은 복지를 공적인 영역에서 모두 책임지지만, 한국은 국민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 복지 후진 구조”라며 “우리나라의 복지확대 정책을 ‘스웨덴 꼴 나기 십상이다’라는 논리로 비판하는 것은 실상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이날 “과체중인 사람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까지 이게 유행인가 보다 하고 덩달아 밥을 굶어서야 되는가”라며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복지과잉이 아니라 복지미달, 저복지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 미래의 위기를 막는 일”이라고 밝혔다.
실제 정부가 추구하는 모델과 스웨덴 모델은 거리가 있다. 스웨덴 모델이 ‘시혜적 복지’라면 정부 모델은 근로의욕과 성장을 자극하는 ‘생산적 복지’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최근 발표한 비전2030과 관련, “2030모델을 굳이 분류한다면 국민부담은 스웨덴 모델보다 낮고, 복지혜택은 유럽에서 복지가 가장 저조한 영국 모델보다 높은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스웨덴 좌파의 총선 실패는 한국이 복지지출을 늘리는 문제 자체가 아니라, 복지지출 확대를 어떻게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연결시킬 것이냐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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