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호색한 ‘돈 주앙’이 프랑스 뮤지컬로 살아 온다. 2004년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뒤, 파리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 공연이다. 고전적인 서사 구조, 낯선 집시 풍물을 재현한 무대 메커니즘에는 영어권 뮤지컬과는 현격히 다른 멋이 가득하다.
주최사인 NDPK와 프라임엔터테인먼트는 1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가진 제작 발표회에서 “이 뮤지컬 이후 한국에 플라멩코의 열풍이 불 것”이라고 장담했다.
행사에 참석한 주연 배우 장 프랑수아 브로(28ㆍ돈 주앙)와 마리에브 장비에(25ㆍ마리아) 역시 “스페인 음악과 춤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무대인 말큼 ‘노트르담 드 파리’나 ‘십계’ 등 한국에 소개된 기존 프랑스 뮤지컬과는 다른 매력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출신의 뮤지컬 전문 배우로 가창력과 외모에 힘입어 세계 뮤지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브로는 “호색한만은 아닌, 인간적이며 부드러운 사랑의 감정을 지닌 남성으로 돈 주앙을 그리는 데 힘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무대의 출연을 위해 펜싱과 플라멩코 춤 레슨을 소화한 뒤, 400여명의 경쟁자들과 오디션을 벌인 끝에 출연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장비에는 “진짜 칼을 사용한 결투 장면, 몸에 꽉 끼는 콜셋 등 남녀 출연진 모두 시각적으로 완벽을 기했다”며 “눈과 귀가 즐거운 뮤지컬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비야를 배경으로 사랑과 질투의 이야기를 펼치는 이 뮤지컬의 백미는 전편을 누비는 매혹적인 스페인 음악. ‘노트르담 드 파니’나 ‘레 미제라블’ 등 이전에 소개된 프랑스 뮤지컬이 사회성을 강조했다면 ‘돈 주앙’은 화려한 의상과 고난도의 집시풍 음악이 객석을 압도한다.
20명의 전문 무용수들이 펼치는 현란한 플라멩코 춤은 오페라 ‘카르멘’에서의 집시 풍물이 업 그레이드돼 현대 뮤지컬 무대로 옮겨진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플라멩코 춤 특유의 발구르는 소리와 동작을 원형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견고한 특수 원형 무대도 공수돼 온다. 그 위에서 스페인의 정상급 댄스팀인 누에보 발레 에스빠뇰의 안무자 앙헬 로하스 등이 다듬은 집시 댄스가 살아 숨쉰다.
노래로만 이뤄지는 뮤지컬인 만큼 청각적 즐거움도 그에 못잖다. 7명의 가수들이 끊임없이 부르는 41곡의 프랑스 노래는 캐나다 등 해외에서 4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돈 주앙과 마리아가 함께 부르는 ‘샹제’(Changer)는 캐나다에서 셀린 디옹의 16주 1위 기록을 깼고, 프랑스 라디오 인기 차트에 사상 최장인 17주 동안 등재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 밖에 돈 주앙의 약혼녀가 돈 주앙을 그리며 부르는 ‘그를 생각하며’(Je pense à lui) 등은 프랑스 음악 특유의 낭만주의를 음미하게 하며, 로스 아미고스 악단의 격정적 음악은 전통 스페인 술집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다.
연출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질 마으가 맡는다. 11월30~12월17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화~금 오후 8시, 토ㆍ일 오후 3시 7시30분. (02)792-2633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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