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우파 연합의 승리를 일구고 차기 총리를 예약한 프레드릭 라인펠트 보수당 당수는 한계에 직면한 스웨덴 복지모델의 현실과 개혁을 희망하는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보수당과 함께 자유당 중도당 기독민주당이 세를 규합한 중도우파 연합은 의회 349석 중 179석을 차지했다. 전통적으로 좌파 전통이 강했던 스웨덴 정계에서 우파 집권의 성공은 스웨덴 정계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라인펠트는 2002년 총선에서 패배, 사면초가에 처했던 보수당을 당수를 맡은 지 3년만에 집권 여당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2003년 당수가 된 그는 상류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보수당 색채를 씻어내고 대중 정당으로서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주력했다. 라인펠트 당수는 요란 페르손 총리의 사민당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 보수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중도우파로 조정하고 ‘신노동자당’을 표방했다. 중도 개혁의 기치 아래 4개 우파 정당을 연합해 사상 처음 우파 연합의 공동 선거공약을 내놓는데도 성공했다.
라인펠트는 “우리는 현재의 스웨덴을 좋아하지만 또한 안전하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는 등 사회복지모델의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을 공약에 반영했다. 라인펠트는 개혁을 주장하면서도 좌파 사민당 정부가 마련한 복지국가 체제를 파괴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심어주는데 힘을 기울였다. 중도우파 연합은 ▦저소득층의 소득세 감면 등 450억크라운 감세 프로그램 ▦취업의지를 돋우기 위해 실업수당 축소 ▦병가 수당 등 기업 부담 감면 ▦민영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보수당이 2002년 총선에서 제시했던 급진적이고 전면적인 복지 개혁보다는 후퇴한 것이었다. 덕분에 선거운동 기간 내내 “스웨덴 사회복지 모델을 뒤엎으려 한다”는 페르손 총리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라인펠트 당수는 페르손 총리 집권기의 고용 없는 성장을 비판하며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라인펠트 당수의 사회복지 개혁 의지는 그의 성장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65년 스톡홀름의 중산층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스웨덴 복지국가에서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몸소 보고 들으며 성장했다. 18세에 보수당 청년조직에 가입하며 정치에 입문, 스톡홀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지 1년 만인 91년 처음 의회에 입성했다. 스톡홀름 근교 태비의 보수당 지역구 위원장으로 역시 정치인인 부인 필리파와 3남매를 두고 있다. 스스로 청소광이라고 밝힐 정도로 서민적이고 가정적인 이미지인 그는 정치인 부부라는 점 때문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부에 비교되곤 한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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