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대출이 나을까, 변동금리 대출이 나을까.
부동산 경기 둔화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주춤하자 은행들이 다양한 형태의 금리를 적용한 대출상품을 내놓으며 고객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리 상한을 둔 대출상품과 10년 장기 고정금리 상품 등 고정금리 상품이 나오는가 하면, 기존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금리는 떨어지고 있어 고객들이 주판알을 바쁘게 튕겨봐야 할 상황이다.
우선 변동금리 일색이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고정금리 상품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달 말부터 3년, 5년, 7년, 10년 기간으로 고정금리를 선택할 수 있는 '셀프디자인 모기지론'을 판매하는 데 이어 농협은 10월부터 최고 10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다.
주택금융공사가 10년 이상의 고정금리 대출을 취급하고 있지만 그 동안 시중 은행권의 고정금리는 대부분 3년 정도에 불과했다. 국민은행도 고정금리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변동금리 대출만 취급하는 우리은행도 고정금리 대출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 주택금융공사보다 금리가 0.3~1% 포인트 높아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은행권은 주택금융공사가 대출하지 않는 6억원 이상 아파트를 대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은 19일부터 은행권 처음으로 대출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고객이 정한 수준 (0.5% 또는 1.0%) 이상으로는 올릴 수 없는 '금리상한 모기지론'을 판매한다. 가령 금리가 연 6.0%에서 금리상한을 0.5%포인트 정했다면 시장금리가 오르더라도 6.5% 이상을 넘지 않으며 금리 하락 시에는 제한 없이 적용된다.
다만, 금리상한 보장기간은 3년과 5년이며 가산금리가 0.05~0.15%포인트 부과된다. 이 상품으로 0.5% 금리 상한에 5년 보장을 받으면 상한 금리는 6.31~7.41%가 돼 시중은행의 5년 고정금리 대출(5.72~7.08%) 보다 금리가 약간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금리 하락 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해볼 만하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고정금리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면 곤란하다. 그 동안 변동금리상품의 대출 금리가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영향으로 계속 올랐지만, 여전히 고정금리 상품보다 0.2~0.4% 포인트 낮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된 콜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금리도 하향 추세로 돌아섰다. 국민은행의 이번 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44~6.64%로 지난주의 5.48~6.68%에 비해 0.04%포인트 떨어졌다. 현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한은의 콜금리 인하도 멀지않았다는 주장도 나와 당분간 대출금리는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95% 이상이 변동금리에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고정금리 대출을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장기 고정금리의 위험을 최대한 줄이면서 상품 경쟁력도 함께 지닐 수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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