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18일 “그 동안 국민과 함께 하지 못한 죄가 너무 크다”며 “우리당이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도 국민이 마음을 다시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거듭 태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를 절감한다”며 “앞으로 아스팔트를 기는 심정으로 3보1배를 하는 심정으로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최근 청와대가 뉴딜 정책 등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을 의식한 듯 “당이 정권재창출의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하므로 대통령이 당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 대선주자의 영입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당은 어떤 기득권도 행사하지 않고 평화개혁세력의 모두에게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_100일 동안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 국민이 주목은 하는데 아직까지는 마음을 다시 주지 않고 있다. 아직 부족한 것 같다.”
_하락한 당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안 되는 일도, 되는 일도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런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 처음 의장을 맡을 땐 우리당이 서서히 침몰할 것이라는 수군거림이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서 벗어났다.”
당내에는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
“원칙과 큰 방향은 계승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하는 관계를 이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5년 단임이지만 당은 정권재창출의 주체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당을 도와야 한다. 가령, 서민경제 회복과 투자활성화에 나선 당을 청와대와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사학법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등을 계기로 내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수구기득권 세력의 대연합이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평화개혁세력은 분열돼 있고 위기에 처해 있다.”
취임 후 김병준ㆍ문재인씨와 관련된 인사 파동으로 당청 갈등을 빚었다.
“당청은 운명공동체다. 국민은 당과 청와대를 둘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본다. 한쪽만 잘해서는 결코 잘될 수 없고 둘 다 망한다. ”
범여권의 대선후보 선출 시기는 언제쯤이 적절한가.
“내년 2월 전당대회 때 지도부에 출마한 사람들이 공약으로 대선후보 선출 시기를 제시하면 당원들이 선택할 것이다. 평화개혁세력이 폭 넓게 연대할 수 있는 시기여야 한다. 2002년 때 보다는 선출 시기를 늦춰 내년 여름쯤 뽑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우리당과 민주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책 공조가 거론되는데.
“국민이 두 당만의 통합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두 당을 포함해 서민 경제를 살리고 한반도 평화를 이룰 수 있는 비전과 능력을 가진 세력이 대승적으로 연합해야 한다. 한민 공조는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당과도 정책연합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대중이 누구였는지 그 역사성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고건 전 총리ㆍ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박원순 변호사 등도 외부 선장이 될 수 있나.
“충분한 자격을 갖춘 분들이다. 하지만 그 분들이 정치할 의사가 있는지, 평화개혁세력이 처한 어려움을 함께 헤쳐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중요하다. 모두가 참여하는 과정이 되도록 여건을 만들어가겠다.”
_김 의장 본인도 대선주자다. 언제쯤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설 계획인가.
“지금은 당과 범여권이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물론 개인적 야망은 있지만, 이를 위해 의장직을 활용할 생각은 결코 없다. 연내에는 준비에 나서지 않겠다.”
_뉴딜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가 별로 없다.
“그간 국민 경제,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화두를 꺼내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청와대와 정부가 뉴딜정책의 취지를 이해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최근 전경련이 출총제를 폐지하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총 3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
_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 지연과 관련해 당내 일각에서 청와대 관계자 인책론도 나오는데.
“일부 절차적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여야 합의를 거쳐 치유되고 보정됐다. 한나라당이 인사청문회를 모두 마쳐놓고 뒤늦게 행정 절차가 전부인양 문제 삼는 건 자해행위다. 청와대 인책론은 맞지 않다. ”
정동영 전 의장이 이달 말 귀국하면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
“우리 두 사람 모두 우리당에 정치적 빚이 있고 우리당 상황에 큰 책임이 있다. 우리당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분골쇄신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그 이후에 발전하고 꿈꿀 수 있다.”
_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시기는 언제가 적당하다고 보나.
“한반도 안전 보장의 주된 책임을 한국이 맡겠다고 하는 것이므로 미국이 한국 국방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2012년 환수가 바람직하다.”
한미 FTA 추진에 대한 입장이 모호한데 찬성인가, 반대인가.
“협상 내용이 나오기도 전에 찬ㆍ반부터 얘기하라는 건 국회의 책임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결국 국익을 해치는 것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