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운동에 앞장서 온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가 정치개입 논란에 휘말렸다. 17일 박세환(66ㆍ사진ㆍ예비역 육군 대장) 전 부회장의 사퇴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압박은 계속되는 등 뒤숭숭하다.
논란은 12일 전시 작전권 단독행사 반대를 위한 ‘500만명 서명운동’ 행사에서 박 전 부회장이 읽은 성명서가 발단이 됐다. ‘내년에 재협상을 공약하는 대선 후보가 당선하게 해 기필코 차기정권이 재협상을 하도록 할 것’이라는 성명서가 발표되자 향군법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된 향군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 향군의 보호감독 기관인 국가보훈처는 경위조사에 나섰고 향군 제재방안도 거론됐다.
당시 행사를 주최한 선진화국민회의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수정하지 않아 물의를 일으켰다”며 공식사과했지만 국회에서는 향군폐지법까지 거론되고 있다. 결국 향군은 박 전 부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쪽으로 수습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향군 안팎에서는 “외부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며 압력을 넣었다” 는 외압설이 번지고 있다. 향군 관계자는 “650만 회원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며 일전불사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참여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철폐반대 집회에 참가하는 등 정권과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정부 보조금 삭감을 둘러싸고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향군은 300여억원의 예산 대부분을 보훈기금보조금 등에 의존, 정부지원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박세직 회장도 올해 초 취임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굳게 약속했다. 박 전 부회장 사퇴도 이런 향군의 처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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