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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얼굴 찾아주기/ 소이증 수술로 웃음 찾은 안슬온씨 "머리 묶고 다니는 꿈 매일 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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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얼굴 찾아주기/ 소이증 수술로 웃음 찾은 안슬온씨 "머리 묶고 다니는 꿈 매일 꿨죠"

입력
2006.09.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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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막혀있던 귓구멍을 뚫고 나니까 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는 게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스물 세 살의 여대생 안슬온(사진ㆍ서울보건대 방사선과 3년 휴학)씨는 남모를 비밀을 안고 살았다. 더운 날씨에도 길게 목덜미로 내려오는 머리를 묶지 않고 지냈던 안씨는 주변에서 ‘의문’을 갖고 쳐다보는 눈길을 애서 피해야 했다. 안씨는 다름아닌 ‘소이증’(小耳症)을 갖고 태어났다. 신생아 7,000명 중 1명 꼴로 나타나는 이 병은 한 쪽 외귀가 자라지 않아 들을 수 없는 장애다. 안씨가 태어났을 때 왼쪽 귀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왜소했고 귓구멍은 피부로 덮인 상태였다.

안씨는 “여섯 살 때 귓바퀴 재건 수술을 받아 조금이나마 왼쪽 귀의 형태는 갖췄지만 여전히 들을 수는 없었다” 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몇몇 친구에게만 귀를 보여줄 뿐 항상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안씨의 아버지는 10년 전 장애를 얻어 남매의 양육은 어머니가 떠맡게 됐다. 이 때부터 가세는 기울었고 어머니 혼자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버는 돈으로 지내다 보니 귀를 수술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안씨는 고교 졸업 후 서울보건대 방사선과에 진학했다. 병원 관련 직업을 갖게 되면 2,000만원에 달하는 귀 성형 수술비를 조금이라도 할인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안씨는 “비용도 그렇지만 병원에서 일하면 외모로 인한 콤플렉스나 차별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귀 수술을 취직 이후로 다시 미뤘다고 한다.

그러던 안씨는 지난해 소이증 환우들의 모임 인터넷 카페에서 안면 장애 환자들에게 무료수술의 기회를 주는 삼성서울병원의 ‘밝은 얼굴 찾아주기’ 캠페인을 접하게 됐다. 그는 “무료 수술 대상자로 선택되고 지난 해 가을 예쁜 귀를 얻게 되기까지 몇 개월은 꿈만 같았다”며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고 거울에 멀쩡한 것처럼 비치는 귀를 보고 어머니를 껴안은 채 한참을 울었다” 고 말했다.

안씨는 그러나 아직도 머리를 뒤로 묶지는 못한다. 아직 남들처럼 ‘완벽한 귀’는 아니기 때문이다. 안씨는 좀 더 완벽한 귀를 위해 재수술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안씨는 “남자친구에겐 소이증 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놓았지만 겉 모습을 중시하는 사회 앞에 귀를 드러내놓기가 아직 두려운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면서도 “언젠가는 당당하게 나서는 날이 올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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