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고가 분양 논란이 가을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비싼 분양가는 주변 집값 상승은 물론 인근 분양 예정 단지들의 분양가까지 들썩거리게 만들며 서민들의 내집 마련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땅값 상승→분양가 인상→주변 집값 견인’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고분양가 확산을 부추기는 최대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주택 분양 정책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가 고분양가 물의를 빚은 은평 뉴타운에 대해 분양원가를 공개함에 따라 한동안 잠잠해진 분양원가 공개 주장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고분양가 배경
비싼 땅값이 분양가를 올리는 최대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시장의 거품 확산으로 땅값이 크게 뛴 것이 토지 원가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토지매입 비용 상승은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전가되고 있다. 이는 또다시 주변 집값을 부추기는, 연쇄 도미노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분양 방식도 문제다. 최근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판교 신도시와 파주 신도시, 은평 뉴타운, 하남 풍산지구는 모두 중앙 정부와 서울시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이 ‘저렴한 주택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경우 분양가 결정 구조가 제각기 다른 점도 일관적이고 체계적인 분양가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다.
예컨대 은평 뉴타운은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돼 일반 택지지구에 비해 분양가가 높아졌다. 도시개발사업이란 주거단지는 물론 산업, 상업, 생활편의시설 조성을 위한 전반적인 사업형태로 주택공급을 주목적으로 하는 택지개발사업과는 진행방식이 다르다.
공공으로부터 택지를 넘겨 받은 시행사가 자체적으로 분양가를 결정하는 파주 운정지구 한라건설과 같은 경우 채권입찰제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기 전에 이미 사업승인을 받아 직접 규제가 불가능했다. 앞으로 공급될 일부 공공택지중에는 미리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들이 많아 또다른 고분양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채권입찰제가 적용되는 곳은 분양원가를 낮춰 공급한다 하더라도 판교 신도시와 같은 인기 택지지구의 경우 채권을 상한액까지 써내야 당첨이 되기 때문에 실제 분양가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채권입찰제의 당초 취지는 최초 분양자에게 돌아가는 시세차익을 줄여 투기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것. 하지만 실제 분양가가 주변 시세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인근 지역 분양가를 교란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판교 분양에서 경험했듯이 채권입찰제로는 분양가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향후 공공택지 중대형 아파트에서도 고분양가 논란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고분양가 통제 장치가 없다
고분양가 논란이 사회 문제로까지 불거지고 있지만 마땅한 통제 장치가 없다. 현행 법으로는 정부가 분양가 인하 권고 이상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원가연동제+채권입찰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민간택지까지 정부가 개입할 경우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비난과 함께 침체된 건설 경기를 더욱 악화시켜 주택공급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식 공공주택 공급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이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에 공급하고, 구입자가 전매를 할 경우에는 공공이 환매권을 갖고 다시 사들이는 구조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공공부문이 저렴한 원가로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주택 소유자가 되팔 때에는 주택환매권을 도입해 시세차익을 자연스레 거둘 수 있는 투기 억제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과도한 주택가격 거품을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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