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맞은 이용훈 대법원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방 법원들을 찾아 사법부 변화의 절박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연일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18일 대구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과거 법원이 정권 유지의 도구 역할을 한 적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 대법원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1960년대 이후 법정에서 노래를 부르고 신발을 벗어 던지던 사람들이 지금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 사람들조차 법원을 신뢰하지 않는데 하물며 국민들은 어떻겠느냐”며 국민한테서 신뢰 받는 사법부로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이 대법원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재판을 통해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법원장은 구속영장 및 압수수색영장 발부 관행에 대해서도 “판사들이 깊은 생각 없이 영장을 발부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검찰이 단서가 잡힌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을 때 왜 법원이 이를 도와야 하느냐”며 “여러분들이라도 그런 식으로 압수수색을 당하면 검찰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적부심을 통해 며칠 뒤 석방할 것을, 또 한달 뒤 보석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을 왜 구속하느냐”고도 했다.
이 대법원장은 13일 광주지역에서도 “구속되거나 압수수색을 당한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이들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난다”며 수사기관의 편의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할 것을 강조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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