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왜 ‘이슬람은 사악하고 잔인한 종교’라는 말을 인용했을까.
전문가들은 “교황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한다.
교황의 본심은 추기경 시절인 9ㆍ11 테러 직후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라디오 바티칸’과의 회견에서 “단순히 이슬람 탓으로 돌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이슬람 역사는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청에서 추기경으로 재직할 때부터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추구했던 종교간 대화 노력에 회의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마 동방주교연구소의 이슬람전문가 로버트 태프트는 “이번 발언을 통해 교황은 믿음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으며 이슬람이든 누구든 이를 막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선언한대로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같은 하느님을 믿는 같은 뿌리라는 점을 인정, 두 종교간의 관계증진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종교간 대화’를 위해서는 서로 이익을 주고 받아야 한다는 ‘호혜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교황은 5월 ‘이슬람 국가와 이민’을 주제로 한 교황청 협의회에서 “기독교인이 무슬림을 존중한다면 기독교인들도 무슬림들에게 기독교를 선교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황은 두 종교간 관계 개선에 ‘지하드(성전)’를 내세우는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교황의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시선의 토대에는 일부 이슬람 성직자의 테러와의 연계, 종교의 자유 부정 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이 된 뒤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교황청의 이슬람 전문가이자 종교간 대화 평의회 의장인 마이클 피츠제럴드 대주교를 로마에서 이집트의 교황청 대사로 ‘좌천’시킨 것이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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