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AS로마행을 거부하면서 이적 파동을 일으킨 ‘꾀돌이’ 이영표(29ㆍ토트넘)가 최근 3경기 연속 결장하면서 주전 경쟁에 빨간불이 제대로 켜졌다. 이영표는 18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토트넘-풀럼전에서 벤치를 지키며 팀의 0-0 무승부를 지켜봐야 했다. 지난 10일 맨유전 출전 명단에서 빠졌을 때만 해도 A매치 출전 여파로 인한 체력 안배 차원의 조치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후 연이어 2경기 스타팅에 나서지 못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 '좌코토-우봉다' 시스템, 교체출전도 어려워
AS로마행 거부할 때부터 험난한 경쟁 예고.
이영표가 AS로마행을 포기한 것은 커다란 도박이었다. 이미 토트넘은 이영표를 로마로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확실한 대체 카드를 확보했다. 에릭 에코토(22)와 파스칼 심봉다(27)는 모두 기량 검증이 끝난 선수. 에코토는 카메룬 대표팀에 뽑혔던 22세의 ‘젊은 피’이고 심봉다 역시 월드컵 준우승팀 프랑스의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나다. 이런 상황에서 이적 성사 직전 돌연 마음을 바꾼 이영표가 토트넘 구단 관계자들에 곱게 보일 리 없다.
수비는 언제나 붙박이 시스템.
또 한 가지 이영표의 주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이유는 수비 포지션이기 때문. 공격수와 미드필더 등은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수비는 다르다. 시즌 시작 전 마틴 욜 감독은 이영표의 AS로마행을 가정하고 이미 ‘좌 코토-우 봉다’ 시스템을 확립시켰다. 부상이나 징계가 아닌 이상 통상적으로 포백 수비라인은 조직력을 위해 큰 손을 대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이영표는 교체 선수로도 뛰기 어렵다. 출전 시간이 적어지면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생기고, 이는 주전경쟁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전의 가능성은?
하지만 반전의 기회는 분명 있다. 토트넘의 경기 스케줄을 고려하면 이영표의 출전 기회는 적어도 한번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전인 에코토와 심봉다 등에 전혀 밀리지 않는 기량과 커리어를 지닌 이영표라면 칼링컵과 FA컵, UEFA컵 등에서는 출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때 확실하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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