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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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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상실

입력
2006.09.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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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유명한 보쌈집 체인점이 생겨 가봤다. 어찌나 손님이 많은지 문간 자리 하나 간신히 차지해 가까스로 주문했고, 음식이 나오기까지도 한참 걸렸다. 그래서 식사를 마치는 테이블을 둘이나 보게 됐다. 음식을 많이들도 남겼다. 메인 요리인 수육과 보쌈김치도 내 보기에 고스란히 남긴 것 같았다.

우리 식탁이 차려져서 먹어보니 참 맛나던데 왜 그리들 남겼나 모르겠다. 문간에 앉다 보니 계산을 치르고 나가는 기척이 수시로 느껴졌다. 그런데 한 팀이 좀 어수선했다. 우산꽂이에 꽂아놓은 우산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바쁜 주인과 종업원을 붙들고 채근하더니 하소연으로 바뀌었다.

"사연이 있는 우산이라서 그래요." 돌아보니 목소리만큼이나 털털한 차림의 쉰 줄에 들어선 아저씨였다. 누군지, 다른 우산을 가져갈 것이지. 우직해 보이는 얼굴 가득 상실감을 드리운 채 간절한 눈빛으로 식당 안을 휘둘러본 아저씨는 마지못한 듯 문을 나섰다.

두 주일쯤 전, 내가 다니는 헬스장의 탈의실 거울에 붙었던 게시문이 떠올랐다. 신발장에 벗어둔 샌들을 '분실'했다는 것이다. 꼭 돌려주기를 바란다면서 그는 호소했다. '제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샌들입니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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