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자주 지탄을 받으면서도 지방자체단체의 과시형 세금낭비 행태는 도무지 개선될 조짐이 없다. 이번에는 단체장들의 호화관사가 문제가 됐다.
수백 평짜리 관사를 지어 사치스런 집기를 들여놓고, 리모델링 따위에 수천, 수억원씩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이다. 전임자가 복지시설로 내놓은 관사를 다시 거두어들이는 경우도 있다. "단체장 위상에 걸맞은 수준으로"라는 해명에는 할 말마저 잊게 된다.
저마다 주민의 충복으로 지역 발전과 주민살림 개선에 진력하겠다며 표를 달라고 읍소했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이다. 주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정치를 경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매년 추락해 올해는 50%를 겨우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마저 명목상 평균수치일 뿐 실제로는 10% 안팎의 시·군·구가 즐비하고, 주민 1인당 채무가 100만원대를 넘어선 지자체도 수십 곳이나 된다.
실제로 일부에선 연간 예산의 3분의 1~2를 청사 건립에 쓰는 등 빚의 상당 부분이 청사 건립이나 확장을 위한 과도한 지출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찌감치 나와 있다. 기획예산처가 최근 지자체 청·관사의 신축을 금지하고 호화시설로 판단될 경우 정부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것도 과시형 지방행정의 심각성을 인식한 때문이다.
이런데도 여전히 '폼 잡기'에나 열심인 단체장들의 행태는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이렇게 유난을 떠는 지자체의 재정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것도 아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 수준인 지자체나 매년 수백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교육청의 장들도 포함돼 있다. 원래 실속이 없을수록 치장에 신경 쓰게 된다더니 꼭 그 모양이다.
이미 선거에서 잘못 판단한 만큼 이런 단체장들의 선택을 이제 와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니 단체장들의 뒤늦은 자성이나마 기대하되, 그도 아니면 주민들이 직접 나서 불합리한 예산집행을 감시하고 시정을 적극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엉뚱하게 전용되는 자신들의 몫을 찾고, 또 선택에도 끝까지 책임을 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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