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합동 연차총회 참석차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는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공식적으로 “위안화 변동폭을 조만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위안ㆍ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폭은 ±0.3%로 제한돼 있다. 이에 앞서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참가국들은 위안화의 유연성 확대를 촉구했다.
중국이 변동폭 확대를 통해 위안화를 절상하려는 것은 막대한 대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등의 전방위 압력 외에도 내부적으로 경기과열 억제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각종 과열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올 2분기 11.3%, 상반기 10.9%의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면서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 세계경제 불균형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해 7월 고정환율(페그)제를 폐지하고 부분적 변동환율제인 바스켓 제도를 도입해 위안화를 달러 대비 2% 절상한 이후 1년간 위안화는 3.8% 가량 절상됐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 이후에도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폭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올 상반기에만 614억 달러에 달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올 7월 중국의 상품수출(서비스 제외) 규모는 803억3,700만 달러로 사상 최초로 미국의 수출규모(803억1,300만 달러)를 앞질렀다. 8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2.8%나 증가한 907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흑자 규모 역시 5월 이후 연속 사상최대치 경신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의 무역흑자 커지자 미국 상원은 중국의 수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9월말 표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환율을 공정하게 운영하지 않는 나라를 대상으로 한 법안도 제출됐다. 이처럼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중국의 경제 관료들조차 “대외 불균형 해소를 위해 5% 정도의 절상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결국 관심의 초점은 위안화 절상 여부가 아니라 절상 폭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에서 “위안화의 하루 환율 변동폭은 단기적으로 ±1.5%, 장기적으로는 ±2.5~3.5%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단기적으로 ±0.5%, 미국 씨티그룹은 ±1.0%로 변동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는 타격을 입고 최종재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면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로 연결돼 중국의 중간재 수입 수요가 줄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구매력 향상에 따른 내수 소비 증가로 인해 중국 내수용 소비제품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위안화 절상으로 인해 추가 원화 절상 압력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원화는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앞서 반영된 상태이며, 최근 경상수지도 적자라서 원화 추가절상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외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상은 연구위원은 “경기 과열을 금리 인상으로 억제하려던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위안화 절상 밖에 없어 내년 달러 대비 위안화를 5~7% 절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위안화 절상이 결국 중국과 수출 경쟁 중인 한국 상품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