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깽이 모델들의 패션쇼 퇴출이 확산되고 있다. 18~2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파사렐라 시벨레스’ 패션쇼에 저체중 모델 5명의 출연이 좌절된 데 이어 역시 18일 개막하는 영국 런던 패션위크에도 말라깽이 모델 퇴출 바람이 이어질 전망이다.
파사렐라 시벨레스 주최측은 16일 패션쇼에 출연할 여성 모델들의 체형을 심사, 65명의 신청자 가운데 5명을 탈락시켰다. 탈락한 5명은 모두 키는 175㎝를 넘지만 몸무게는 55㎏이 되지 않는 모델들이었다.
이번 조치는 패션쇼를 후원하는 마드리드 시의회가 체질량지수(BMIㆍ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로, 비만도 측정 지표) 18 미만의 깡마른 모델은 캣워크에 오를 수 없도록 한 결정에 따른 것이다. 마드리드 시의회는 비정상적으로 마른 패션모델들을 내세우는 패션쇼와 패션매장 때문에 여성들이 깡마른 체형을 선호하고 잘못된 미의식을 갖게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때문에 스페인 최고 모델인 에스더 카냐다스의 워킹은 이번 패션쇼에서 기대할 수 없다. 카냐다스는 178㎝의 장신이지만 몸무게는 45㎏이 되지 않아 BMI 1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쇼 기획자인 쿠차 솔라나는 “아름답고 우아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쇼이기 때문에 수척해 보이는 모델들은 발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모델 심사에 참여한 바실리오 모레노(내분비학) 교수는 “탈락 모델들은 스페인 내분비학계 기준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도 미달한다”고 말했다. WHO는 여성의 경우 BMI 18.5 이하를 저체중으로 분류하고 있다.
테사 조웰 영국 문화장관은 16일 런던패션위크 주최측에 저체중 모델의 출연을 금지시켜달라고 요청, 논란을 확산시켰다. 조웰 장관은 “패션산업은 10대 소녀들의 체형과 건강에 미치는 파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어린 소녀들이 패션쇼 무대에 서는 모델처럼 보이기를 갈망하면서 바싹 말라 보이기 위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해서 건강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말라깽이 모델 퇴출 움직임이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 뉴욕, 밀라노로 번질 지는 미지수다. 런던패션위크 운영을 맡고 있는 영국패션협회가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들이 패션쇼에서 보여주려는 미학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패션업계는 마른 체형의 모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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