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벗어 걸어 두면 자동으로 탈취와 다림질이 되는 옷장, 문을 열면 건강 상태를 파악해 필요한 영양소의 식품을 권해주는 냉장고, 집안에 아무도 없는 시간을 골라 스스로 작동하는 로봇청소기….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가전연구소. 꿈 같은 미래 가전 제품들을 연구 개발하는 곳이다. 이 곳에선 상상력이 곧 현실이 되고, 현실이 또 다른 상상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감성기술 중심의 ‘신(新)가전’을 선언했다. 인간과 환경을 중시하는 새로운 가전컨셉이다. 이 연구소에선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예측한 다음 인간중심적, 환경친화적 삶과 어울릴 첨단의 가전 제품들을 개발해낸다.
삼성전자 가전연구소는 현재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세탁기. 김형균 세탁기 전문기술그룹장(상무보)은 “지금까지는 통상 빨래의 때만 빼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점차 냄새도 없애고 세균도 소독하는 것으로 세탁의 범위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보는 은을 전기분해해 옷감 속에 숨어 있는 세균을 제거하는 ‘은나노 세탁기’의 개발주역. 은나노시스템은 미국의 컨슈머리포트와 타임 등을 통해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도 건강에 좋은 획기적인 세탁 방법”으로 대서특필되면서 해외에서 더 인기다.
세탁 과정도 탈수와 건조에서 끝나지 않고 다림질과 보관까지 확대되는 추세. 김 상무보는 “옷감의 특성에 따라 주름이 펴지는 습도와 온도가 있다는 점을 응용하면 세탁을 통해 다림질 효과도 낼 수 있다”며 “옷장에 걸어 두기만 하면 뽀송뽀송한 상태로 관리되는 ‘세탁기 옷장’이 출시된다면 지금의 세탁기는 자취를 감추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환경공학박사 출신 연구원을 대거 영입, 전기와 물 세제를 덜 쓰는 친환경적인 세탁기 개발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유기용제를 쓰는 드라이클리닝은 환경오염을 일으킬 우려가 높은 만큼, 궁극적으론 양복이나 가죽옷도 세탁소에 맡길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연구소의 목표다.
이곳에선 세탁기 외에도 MP3플레이어로 음악을 내려 받듯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다운받아 자동으로 음식을 해주는 스마트오븐, 모든 가전 제품들을 무선으로 연결해 조정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시스템 등 미래 가전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 곳에서 미래의 거실, 미래의 주방, 나아가 미래의 가정생활 전체가 이 곳에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도철 가전연구소장(전무)은 “전세계적으로 거실과 부엌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가전에서 첨단기술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세계적인 생활가전 기업들 가운데 이러한 첨단 기술을 갖고 있는 곳은 사실 삼성과 마쓰시타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의 반도체 기술과 휴대폰에 매료됐던 세대들이 점차 생활가전 제품을 구입할 연령층에 진입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앞으로 삼성 브랜드에 걸맞는 첨단 프리미엄 생활가전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 ‘신가전’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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