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과 시ㆍ도 교육감들이 경쟁적으로 호화판 관사를 꾸미고 있다. 당초 권고안을 무시한 채 수억원씩 들여 새 관사를 마련하는가 하면 집기교체 등을 이유로 수천만원씩 쏟아 붓고 있다. 관사는 과거 관선시절 지방에 부임한 인사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역출신이 선거로 뽑히면서 존재이유가 없음에도 아까운 혈세가 쓰이고 있다.
17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지자체 단체장 관사는 83곳에 이른다. 행자부는 1998년 지자체 단체장 관사가 불필요하고, 방만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감축을 권고했지만 일부 단체장은 더욱 호화롭게 만들거나 넓은 공간을 마련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완공된 전남지사 관사는 행자부 권고가 무색할 정도다. 무안군 신도청 뒤편에 자리잡은 관사는 대지 279평, 연면적 90평의 전통한옥 양식으로 건설비만 11억3,200만원이 들었다.
이준원 충남 공주시장은 전임 시장이 3,000만원을 들여 여성복지시설로 개조한 관사를 다시 쓰겠다며 복구비용 9,000여만원, 이전비 1,500만원 등 모두 1억5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전남 여수시도 새 시장관사로 61평짜리 아파트를 구입키로 하고 3억5,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가 과하다는 비판이 일자 현재 구입계획을 보류했다.
지방교육재정 파탄위기를 맞은 시ㆍ도 교육청도 교육감 관사를 짓거나 옮기는 데는 예산을 펑펑 쓰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지난해 교육감과 부교육감용 관사를 신규로 매입해 이전하면서 집기를 새로 교체하는 데 3,990만원을 썼다. 새로 구입한 물품은 대형 LCD TV, 러닝머신, 옷장 등이다. 전남도교육청은 교육감 관사로 4억3,200만원을 들여 60평형대 아파트를 신규 구입할 예정이다. 교육청은 또 이곳에 1,200만원이나 하는 커튼을 설치하려다 말썽이 일자 600만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기존 49평형 관사가 낡았다며 6억5,000만원 짜리 관사를 새로 구입하려다 시민단체 등에서 호화관사라는 비난이 일자 현 관사와 비슷한 시세의 60평형 아파트로 이전할 예정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행자부나 교육인적자원부는 관사 관리주체가 지자체와 교육청이라는 이유로 관리 기준 마련은 물론, 시설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관선시절 운영되던 관사를 유지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인데 이를 더 호화롭게 꾸민다는 것은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면서 “불필요한 관사는 과감히 용도를 바꾸고 관리나 유지 기준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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