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첫 태풍 ‘산산’이 북상해 일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가을 태풍’ 경계령이 확산되고 있다.
태풍 산산은 17일 우리나라 제주와 남해ㆍ동해안 일부 지역을 강타했다. 공교롭게도 1959년 ‘사라’가 8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갔던 때와 날짜가 같다. 98년 ‘예니’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05년 ‘나비’ 등 끔찍한 피해를 남긴 태풍 중 상당수는 가을, 그것도 9월에 발생했다. 가을엔 보통 북쪽 찬 고기압이 내려오면서 태풍의 세력이 약화될 법도 한데, 최근엔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9월 태풍, 왜 센가
태풍 발생의 주요 조건은 해수면의 온도다. 통상 태풍은 수온이 27도 이상이면 계속 발달할 수 있다. 9월로 접어 들면서 기온은 떨어지고 날씨는 선선해지지만 한반도 주변 바다 온도는 여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남해안과 제주 주변 바다 수온은 28, 29도를 유지, 태풍이 발달하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9월엔 북쪽의 찬 공기가 발달해 남쪽으로 자주 내려온다. 남하한 찬 공기는 고온다습한 태풍과 부딪쳐 많은 양의 비구름을 만들어 한반도 전역에 호우를 뿌린다.
가을 태풍의 여름 태풍화
태풍의 진로만 놓고 볼 때 여름 태풍과 가을 태풍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져 가고 있다. 태풍의 이동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 및 세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을 오른편에 끼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포물선 모양의 궤적을 그리며 이동한다. 따라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어디에 위치하고 세력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태풍의 진로가 달라진다.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서 약해지고, 북쪽의 대륙성 고기압에도 밀린다. 따라서 태풍은 오른쪽, 즉 일본 쪽으로 점점 더 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산산의 진로만 보더라도 전형적인 여름 태풍의 형태를 띠고 있다. 17일 서귀포 남쪽을 지나 18일 대한해협, 19일 독도 부근을 거쳐 점차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진로엔 워낙 변수가 많지만, 가을 태풍이 여름철 패턴을 보인다는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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