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 정계개편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부쩍 잦아졌다. 지난 주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한나라당내 ‘국민 생각’의 토론회에서 ‘한-민 정책공조’를 언급한 게 계기다. 대개 정권탈환을 위한 외연확대 차원의 그림이지만, 분열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여야의 대선후보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현실화할 개연성이 있는 경우의 수라는 점에서 그냥 봐 넘길 수만은 없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게 보수신당 창단론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의원이 처음 거론했다. 김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보가 결정되면 정체성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헤쳐 모여서 한나라당을 깨고 보수 중심의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내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5·18 묘지를 함께 참배한 뒤 영ㆍ호남과 충청을 기반으로 뭉쳐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대표하는 진보 좌파 세력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한나라당이 이념적으로 더 왼쪽으로 이동해 중도세력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소장ㆍ개혁파들의 생각과 배치된다. 소장파는 지역적 제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보수세력이 오히려 고립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보수신당 창당 주장과 일부 내용이 겹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당, 이른바 ‘한민당’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호남껴안기’를 주요 과제로 설정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민주당과의 공조에 적극적이다. 한화갑 대표도 동서간 지역적 통합과 화해, 양당 정책 공조에 공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문제는 호남 주민들이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싸늘한데 있다. 민주당도 여기서 자유롭기 어렵다. 결국 호남 민심을 돌릴 수 한나라당의 노력과 결실이 전제돼야 한다.
당 울타리를 늘리는, 앞선 두 시나리오와 달리, 한나라당에서 보수 중심의 정계개편이 추진될 경우 중도 개혁성향의 손학규 전 지사와 소장파가 이탈해 제3의 정치세력을 구축할 것이란 분열 시나리오도 흘러 다닌다.
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보수신당이 창당되면 설 땅이 사라지는 소장파와 손 전 지사가 여당 행을 결심할 수 있다”고 기대 섞인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 여권에는 “친노 직계 인사들을 털어낸 뒤 손 전 지사를 여당 대선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손 전 지사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국민이 정계개편에 무슨 관심이 있는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고 반문하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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