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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오해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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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오해는 이제 그만

입력
2006.09.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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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해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오해란 지레짐작이나 자격지심의 산물인데, 지레짐작은 성급함과 경망함에서 비롯되고 자격지심은 진득거릴 정도의 웅크림에서 비롯된다. 언뜻 정반대 같지만 발산되는 특질은 같다.

그건 성마름이다. 그래서인지 대개 지레짐작으로 자격지심을 갖게 되고 자격지심으로 지레짐작한다. 한 마디로 오해를 잘 하는 사람은 겉보기에 어떻건 그 속은 지극히 불안정하고 취약하다. 그런데 나는 또 오해를 빨리 푸는 편이다. 자기 치유력이랄지 자생력이 강한 편인가 보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역 앞 계단을 올라 좀 지친 채 대형마트를 향해 걷고 있었다. 저희들끼리 짓까부느라 갈지자걸음인 남자 고등학생들을 몇 걸음 지나치는데 말 한 마디가 뒤통수를 쳤다. "일본사람이야. 한눈에 척 알아보겠어." 나는 뜨끔했다.

쟤들이, 나이 들어 보이는 여자가 머리를 길게 풀어헤치고 다닌다고 그러는구나. 환하지도 않은데 다 보이나보지? 시무룩이 걸음을 옮기는데 앞에서 일본말이 들렸다. 진짜 일본여자 둘이었다. 평범한 단발의.

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었군. 민망했다. 자기가 타인의 주의를 끄는 사람인 줄 아는 것도 오해의 첩경이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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