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업계의 노동조합에서 사장에게 감사패를 주긴 닉 라일리 사장이 처음입니다.”
15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 GM대우차 부평공장 강당에서 열린 닉 라일리 전 GM대우차 사장의 고별식. 라일리 사장을 위해 노조가 감사패를 마련했다는 사회자 설명에 400여명의 임직원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이성재 노조위원장이 ‘당신을 언제나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쓰인 감사패를 전달하자 라일리 사장은 환하게 웃으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라일리 사장은 “지난 4년간 한국과 한국 문화, 이곳 사람들에게 정이 많이 들었다”며 “GM대우차에서 생활하는 동안 회사 안팎 여러 사람들과 맺은 우정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라일리 사장의 한국 생활은 그리 순탄치 만은 않았다. 2002년 4월 GM이 대우차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던 당시, 라일리 대우차 인수팀장은 대우차 계열사 노조원 200여명이 힐튼호텔 앞에서 매각반대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결국 산업은행으로 장소를 옮겨 본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대우차는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었고 GM측은 회사가 정상화할 경우 정리해고자를 우선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2002년 40만5,673대에 불과했던 차 판매대수를 지난해 115만7,857대로 3배 가까이 확대하며 첫 흑자를 달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2001년 정리해고됐던 생산직 직원 1,700여명도 약속대로 모두 재입사 시켰다. GM 본사도 그의 능력을 인정, GM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사장으로 승진 발령냈다.
물론 라일리 사장의 성과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미국시장 등에선 경기둔화와 맞물려 소형차가 인기를 끌었지만 국내 시장만 본다면 두자리 수였던 대우차의 시장 점유율은 한자리수로 내려간 상태다. 현대, 기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옛 대우차의 명성은 여전히 요원해보인다.
다만 반목과 질시의 GM대우차 노사는 그의 취임 이후 존중과 이해의 관계로 바뀌었다. 수시로 현장 근로자들과 만나회사의 상황을 솔직히 전하고 협조를 구한 그의 발품이 노조를 변화시킨 것이다. 그는 이날 “한국에서의 생활은 내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국과 GM대우차의 열렬한 후원자로 남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