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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대선 줄세우기' 괴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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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대선 줄세우기' 괴문서

입력
2006.09.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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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가에 요즘 연일 정체 불명의 괴문서들이 나돌고 있다. 대부분 대선주자들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누구인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 계절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다.

그러나 이 문서를 만들고 배포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정 대선주자 지지자가 자파 세력 부풀리기라는 ‘희망 사항’을 유포하고 상대 주자측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출처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증권가 루머들 가운데 일부라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괴문서 유포는 건전하고 투명한 대선 경쟁을 어렵게 하고 음습한 정치문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때문에 공정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 괴문서를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주엔 한나라당 대선 경쟁과 관련된 유인물이 나돌았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이 괴문서에는 한나라당 의원 126명 가운데 친(親) 박근혜 전 대표 세력 50명, 친(親) 이명박 전 서울시장 세력 20명, 친(親) 손학규 전 경기지사 세력 11명 등이라고 적혀 있다. 친박 그룹은 박 전 대표 재임 시절 당직을 지냈거나 7ㆍ11 전당대회 때 친박 성향으로 거론된 인사들이다. 친이 그룹은 이재오 정두언 의원 등이었고, 손 전 지사 지지세력은 주로 소장 개혁파 인사들이었다.

다른 문건에는 ‘친박 대 친이’ 세력의 숫자가 정반대로 분석돼 있다. 한 타블로이드판 주간 신문은 “친박 성향의 K의원측이 작성한 분류표에 따르면 42대 44, 친이 성향의 L의원측 분석에 따르면 22대 40으로 모두 이 전 시장 지지 의원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손 전 지사 캠프는 친박 49명, 친이 20명, 친손 11명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범여권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고건 전 총리 지지자들을 열거한 괴문서도 등장했다. 17일 정치부 기자들에게 “최근 고 전 총리가 정ㆍ재계 인사들과 부지런히 접촉 중인데 이들은 2007년 고건 캠프에 대부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메일이 보내졌다. 발신자가 적혀 있지 않은 메일에는 친 고건 인사로 열린우리당 전ㆍ현직 의원 13명, 민주당 전ㆍ현직 의원 5명 등이 들어있다. 이 문서에는 P회장, M사장, H 전 회장, J 전 장관 등 재계 인사들도 고 전 총리와 가깝다고 기록돼 있다. 고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음해 세력이 장난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황당무계한 소문들이 나돌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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