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아바나에서 15일 개막한 제14회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가 이란의 핵 개발을 지지하는 공동 선언을 채택하고 16일 폐막했다.
118개 회원국 중 대표적 반미 국가인 쿠바가 27년 만에 주최한 이번 회의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핵 개발 중단 압력을 받고 있는 이란과 북한이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미국 비난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와병중인 형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장을 대신해 국제무대에 선보인 라울 카스트로 대행도 미국 공격에 가세했다.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페루 콜롬비아 등 친미 성향의 회원국 대표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을 통해 제재의 고삐를 죄어오는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5일 기조연설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평화적 목적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실제로 핵 위협을 가하는 것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에 참석한 56개국 대표도 이란이 핵 에너지를 개발ㆍ연구ㆍ생산할 권리를 지지하는 최종 선언을 채택했다. 펠리페 페레스 로케 쿠바 외무장관은 “우리 회원국들은 평화적 목적으로 핵 기술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쿠바 베네수엘라 등 반미 성향의 남미 회원국들은 ‘비동맹그룹의 부활’을 선언하며 미국 주도의 일극체제에 비판을 제기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비동맹 그룹의 재출범을 통해 남쪽세력의 단결을 추진하게 됐다”고 이번 회의를 평가했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으로부터 독립적인 대안 세력을 자처했던 비동맹그룹이 이제는 미국의 일극 체제에 대항하는 반대 축이 되겠다는 것이다.
비동맹 정상회의는 공동선언에서 미국 등 몇몇 국가에 휘둘리는 유엔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서 가난한 나라들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유엔 개혁을 요구했다. 테러리즘과 미국의 간섭주의에 반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옵서버로 참가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비동맹운동을 ‘새로운 남쪽세력의 상징’으로 추켜세웠다.
회의의 또 다른 성과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 7월11일 뭄바이 통근열차 폭탄테러 이후 중단된 평화협상 재개에 합의한 것이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16일 별도 정상회담에서 영토분쟁지역인 카슈미르를 연결하는 도로를 추가 개통하고 ‘테러와의 전쟁’에 상호협력하며 평화협상을 재개키로 의견을 모았다. 파키스탄에 거점을 둔 테러조직이 뭄바이 열차테러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인도는 대화를 중단했으나, 파키스탄이 2004년 평화협상 재개 당시 약속한 월경테러 방지를 재확인함으로써 협상의 물꼬를 텄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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