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화제가 됐던 북한 미녀응원단은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특별히 부탁해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5일 오전 부산대에서 ‘21세기와 민족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 후 학생들과 가진 질의 응답 과정에서 2002년 부산에서 개최된 제14회 아시아경기대회를 남북정상회담의 결실 가운데 하나로 들면서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에 따르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당시 안상영(작고) 부산시장이 청와대로 찾아와서 “큰일났다. 한일월드컵이 크게 성공했는데, 누가 아시안게임에 관심을 가지겠는가”라며 하소연을 했다. 이때 안 시장은 “대회성공을 위해서는 북한 밖에 없다”며 간절히 부탁했고, 김 전 대통령은 임동원 특사를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내 ‘대통령의 아주 특별한 부탁’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북한에서 선수단과 미녀응원단을 보냈는데, 특히 응원단이 너무 예쁘지 않았느냐. 부산아시안게임은 큰 성공을 거뒀고, 돈도 많이 벌었다”고 말하자 강연장을 메운 1,000여명의 학생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외교 현안에 대해서도 “미ㆍ일ㆍ중ㆍ러 등 4대 강국과의 원만한 관계설정이 중요하다”며 “미국도 북한을 무작정 몰아세우기만 할 게 아니라,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옅은 회색 정장차림으로 강단에 선 김 전 대통령은 1시간 30분 넘게 또렷한 목소리로 유머를 섞어가며 강연을 했으며, 강연회장 안팎에는 몰려든 학생들과 취재진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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