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교육부총리 내정자가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이 문제가 있다고 밝힌 부분은 예사롭지 않다. 당사자인 서울대는 물론이고 2008학년도 대입 전형계획 발표가 임박한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사립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이날 “교육부가 2008학년도 입시안에 대해 서울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해 이미 서울대 측에 ‘메시지’가 전달됐음을 시사했다.
관심사는 메시지의 내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이라는 새 대입제도의 취지를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며 원론적 언급에 그쳤지만 입시안 손질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학생부 기본점수를 대폭 줄여 현재 2.28%인 실질반영률을 적어도 5% 수준까지 끌어 올리라고 주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교육부의 요구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부 반영 비율을 40%에서 50%로 10% 포인트 높인 데다 지원자 수준 등을 감안해 기본점수를 부여하고 있어 실질반영률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이유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교육부가 대학이 공들여 마련한 입시안을 고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압력이자 월권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르면 내주 중 논술고사 비중을 크게 늘리는 내용의 2008학년도 입시안을 내놓을 예정인 주요 사립대들은 서울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서울대가 학생부 실질 반영율을 더욱 높이는 쪽으로 입시안을 수정할 경우 사립대도 전형계획에 일부 변화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려대는 자연계 논술을 신설하고 연세대는 논술 비중을 지금보다 10% 포인트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김 내정자가 부총리로 임명되면 새 입시안을 놓고 서울대와의 일전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 내정자가 고교평준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주요 교육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평준화 보완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는 개방형자율학교(옛 공영형혁신학교)가 내년부터 예정대로 시범 도입되고 교원평가제와 교장초빙ㆍ공모제 등도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교원단체 반발이 심해 설득이 과제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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