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최승희'로 불리는 무용가 백향주(31)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웃통을 벗어 젖힌 건장한 비보이 팀 'T.I.P'과 함께. 30일까지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댄스 퍼포먼스쇼 '더 코드'는 백향주가 3년 만에 오르는 무대다.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북한과 중국,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다 1998년 국내 무대에 데뷔, '최승희의 환생'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2001년 한국 국적을 얻은 뒤 2003년 한국종합예술학교 전통예술원에 입학했고, 이곳에서 만난 이용권(39)씨와 결혼해 16개월 된 딸도 얻었다.
최근 동아시아춤컴퍼니를 차려 활동을 재개한 백향주의 컴백작이 바로 '더 코드'. 아무리 비보이가 뜬다지만, 다소 파격적이다. 하지만 14일 첫 공연을 앞두고 무대 뒤에서 만난 그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몽골과 티베트 등 소수민족의 춤 수십 가지를 익혔죠. 늘 새로운 춤과 만나기를 즐겼고, 이번 공연 역시 그 연장일 뿐이에요."
'더 코드'에서 미술관 그림 속 무희로 분한 백향주는 경찰을 피해 미술관으로 숨어 든 비보이들과 함께 뜨거운 춤판을 벌인다. 최승희가 만든 '고구려무희''관음보살무''무당춤'을 비롯해 태국의 전통 춤을 무대화한 '새춤'과 '몽골춤'등. 대결을 펼치듯 번갈아 이어지던 비보이들의 현란한 브레이킹과 백향주의 섬세한 춤사위는 결국 하나의 춤으로 귀결된다.
그는 "워낙 극과 극의 장르라 불안감도 없지 않았지만 처음 맞춰봤을 때 '되겠다'는 확신이 왔다"고 말했다. "비보이들의 매력은 폭발성과 즉흥성이에요.
스승으로부터 춤을 배우고 수련해온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절대 없는 것들이죠. 비보이들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같은 춤을 두 번 추는 건 지루하다고 여겨요. 현대 젊은이들의 속성을 잘 반영하고 있죠."
백향주는 늘 자신을 수식하는 '최승희'라는 이름이 부담스러워 저항감마저 든다고 했다. 북한에서 최승희의 양아들인 김해춘에게 춤을 배웠기에 춤의 체계는 같지만, 춤은 무용수의 철학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일본에서 태어나 북한에서 춤을 배우고 한국에서 살고있는 나의 춤은 남북한 어느 쪽, 누구의 춤과도 다르죠. 앞으론 최승희라는 이름에 묻혀있던 나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요."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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