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접근방안' 한·미 합의 관계없이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키로 합의한 것과는 관계없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이후 검토해온 추가적인 경제제재를 계획대로 실행에 옮길 방침인 것으로 14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경제제재 발표시점을 늦춰 왔으나 이제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만큼 최종 점검을 거쳐 이르면 이 달 내에 제재 내용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제재의 내용과 관련, 미국은 우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조치(모라토리엄) 선언에 따라 2000년 6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해제했던 대북 제재조치를 다시 원상 복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함께 미국은 현재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국한된 금융제재 대상을 확대하는 등 보다 실효성이 높은 조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대북 제재가 복원될 경우, 북한과의 상품 및 원료 교역이 규제를 받게 되며 미국인의 북한 송금과 투자, 북한인의 미국 자산투자 등이 금지된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 마련에 대한 합의와는 별도로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 의사를 확실히 밝혀왔고 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같은 다자적 조치의 강화 뿐만 아니라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BDA식 금융제재를 추가하는 방법 등으로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제재 복원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가 실행에 옮겨지면 한미 양국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하더라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포괄적 접근방안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당초 미국정부는 정상회담에 관계없이 제재를 실행할 방침이었으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제재 복원 조치를 당분간 하지 말아달라는 한국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를 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주석 청와대외교안보비서관은 이날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과 관련한 북미 양자대화에 대해 “포괄적 접근방안의 논의 및 이행과정에서 이런저런 다양한 형식의 대화와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6자회담 전이라도 북미간 양자회담에서 BDA문제를 포함한 포괄적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포괄적 접근방안은 북한이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다시 선언하면 경제원조를 제공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정부는 6자회담이 성사될 경우 다자 안보대화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을 밝혔고 미국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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