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가 2차대전 당시 일본의 군대위안부 강제동원 관련 결의를 채택한데 이어 14일(현지시간)엔 ‘일본의 주변국 관계:백투더 퓨처?’라는 제목의 공개 청문회를 열고 일본 과거사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미 의회의 이 같은 시도는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나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소극적 불개입 입장을 고수해온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태도와는 구별되는 것이다. 의회 차원에서 일본에 대한 정치적,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미 의회의 일부 중진 의원들은 지난 6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기 앞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을 선언하지 않으면 미 상ㆍ하원 합동회의에서의 연설을 허용하지 말자고 주장, 일본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과 증인들은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이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역할을 제한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고 한국ㆍ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임을 지적,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또 참석자들은 한일, 중일 관계를 냉각시킨 고이즈미 총리의 퇴임이 관련국에 새로운 출발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인 헨리 하이드 위원장은 “유럽은 과거를 뛰어넘고 있는데 왜 동아시아는 그렇지 못하냐”고 지적한 뒤 “북한의 위협은 날로 커지는데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청문회 배경을 설명했다.
2차대전 세대인 민주당 탐 랜토스 의원은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정직하게 다루지 못해 자신들도 엄청난 폐해를 입고 있고 미국의 이 지역 안보이익도 훼손하고 있다”면서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는 역사적 망각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핵심 인사의 무덤에 헌화하는 것과 같다”면서 일본 정부가 난징(南京) 대학살을 부인하는 등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승인하는 것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일본 시네마현의 독도영유권 주장 등이 한일간 역사문제로 불거졌다”며 “한일 양국의 전략적 협조체제 붕괴는 북한에 득을 줄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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