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미봉책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양국은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민감한 부분에 대한 합의점 도출을 시도하기보다 언급을 피함으로써 현상을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 “양국 정상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나,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를 둘러싸고 노출돼온 양국의 심각한 차이에 대해선 살얼음을 밟듯 조심스럽게 피해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익명의 미 관리를 인용,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교착상태 타개를 위한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지지도 않았고 양국간에 이견이 있는 다른 문제에 있어서도 극적인 돌파구를 찾아내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측의 설명과는 달리 정상회담에 이은 오찬에서 부시 대통령은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뿐만 아니라 북한의 인권유린 문제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춰 집중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하원 국제관계위 동아태소위 짐 리치 위원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더 나빠진 것은 없다”면서도 “(한미관계는) 여전히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양국 정상은 ‘북한이 1년째 답보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 빨리 복귀해야 한다’는 공동 목표를 강조했지만 북한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이견을 공개하는 것은 피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북한을 6자회담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방법을 둘러싼 양국간 입장차이에 대해서는 짐짓 모르는 체 했다”고 평가했고, 블룸버그통신은 “한미 양국은 그간 대북 전략을 놓고 이견이 있었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대북문제 해법에 대한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두 정상이 동맹 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회담장 분위기가 서먹서먹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부시 대통령이 양국의 동맹 강화를 언급했지만 부시 대통령과 노 대통령과의 관계는 오래 전부터 냉랭했다”고 보도했다.
IHT는 “최근 몇 달간의 노무현 정부와 부시 정부의 이견은 동해만큼이나 넓다”는 부시 대통령 측근의 언급을 인용하면서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 대한 현격한 접대수준의 차이를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부시로부터 한시간 남짓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의 회담과 짧은 오찬을 제공 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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