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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 찾았다! 내가 살고 싶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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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 찾았다! 내가 살고 싶던 곳

입력
2006.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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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J. 롤랜즈 지음ㆍ홍한별 옮김 / 갈라파고스 발행ㆍ1만2,000원

“나는 그때 알았다. 내가 늘 살고 싶었던 그런 곳을 마침내 찾았음을!”

지금부터 한 세기 전, 목재회사에 근무하던 미국인 롤랜즈는 캐나다의 미개척지로 삼림 답사를 떠났다. 물길을 따라 혼자 카누를 저어가던 어느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곳에 다다른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어찌나 조용한지 물을 차는 노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고 ‘어릴 적 꿈에서 보았던 호수’였다. 늘 살고 싶었던 곳을 찾은 롤랜즈는 주저하지 않고 그곳에 정착한다. 이 책은 그가 호수에서 이어간 평온한 삶에 대한 기록이다.

캐시(cache)는 숲에 사는 사람이 식량, 연장 등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은닉처를 말한다. 롤랜즈가 이 호수를 캐시라고 이름 붙인 것은, 삶에서 최고의 순간, 가장 소중한 기억을 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겠다는 뜻에서였다.

캐시 호수의 겨울은 강추위의 계절이다. 눈보라와 거센 바람 때문에 자연의 모든 것이 잠들어 있다. 4월이 돼야 호수의 얼음이 풀리고 숲에 생기가 돈다. 기러기 떼가 돌아오고 스컹크, 다람쥐, 밍크, 수달, 스라소니가 어슬렁거린다. 여우, 스컹크, 사향뒤쥐, 족제비 새끼들이 어미를 따라 기웃거리는 숲속의 6월은 가족의 달이다. 더운 여름을 지나 9월이 되면 슬슬 밤공기가 서늘해진다. 새들도 따뜻한 곳으로 떠나기 시작한다. 겨울 준비를 시작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준비 없이 맞는 겨울은, 눈보라와 매서운 추위 때문에 고통스럽다. 드디어 12월. 땅과 호수에 눈이 쌓이고 족제비의 갈색 털이 하얗게 변한다. 다른 녀석들도 털 상태가 가장 좋을 때인데, 덫 사냥꾼은 이 때를 노려 사냥에 나선다.

책에는 도시민이 실감하지 못하는 계절의 순환과 그에 맞춘 자연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롤랜즈가 숲속에서 유유자적하며 편하게 산 것은 아니다. 자급자족하는 능력이 없으면, 자연의 혹독함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도끼로 집을 짓고 아궁이를 만들고 빙상요트를 제작하고 생선을 훈제하고 토끼가죽으로 옷을 해 입고 펜싱 검으로 낚싯대를 만들고…. 그는 이웃에 사는 인디언 추장 티비시로부터 숲속 생활의 지혜를 빌렸다. 그림 잘 그리는 젊은이 헨리도 그와 함께 한 동료인데 책에는 그의 그림이 가득하다.

자연에 안긴 롤랜즈의 삶은 소박하고 모험적이다. 경쟁, 물질문명, 이기주의가 아니라 꾸미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삶이다. 물론 이런 곳을 우리나라에서 찾기란 어렵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공허한 면이 있다. 저자가 일부러 그랬겠지만, 캐시 호수의 위치를 정확히 말해주지 않아-상황 설명 등을 보면 미국 오대호 바로 위, 남부 캐나다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답답하기도 하다.

롤랜즈는 금광과 벌목지를 탐사하고 광부로, 명문 MIT의 홍보담당관으로 활동했으며 1923년 하딩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부통령 캘빈 쿨리지에게 가장 먼저 전한 UP통신의 언론인이기도 했다. 책은 1947년 발간됐는데 전미아웃도어상을 수상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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