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북한이 직파한 간첩으로는 8년 만에 처음 적발된 정경학(47ㆍ사진)씨는 김일성대학에 다니다 공작원으로 발탁된 북한의 최고 엘리트였던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뛰어난 지능과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군관 양성기관을 1등으로 졸업한 수재형 간첩이었다.
15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함경남도 함주읍 출신인 정씨는 74년 북한 최고 학부인 김일성 종합대학 외국어문학부에 입학했다. 정씨는 대학 3학년 때 인민무력부 총정치국 산하 특수부대인 적공국에 전사(우리나라의 이등병)로 입대하면서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다. 때마침 적공국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적공국 공작원은 모두 대학 교육을 받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 지시에 따라 정씨는 군관양성 교육기관인 김일성 정치대학 보위학부에 입학하면서 전문 공작원의 길로 접어들었다.
경력도 화려했다. 정씨는 80년 김일성 정치대학을 최우등 졸업하고 1계급 특진한 중위로 임관했다. 86년엔 김일성 정치대학 정치학부 석사학위(3년 과정)도 받았다.
인민무력부 소속이던 정씨를 실전에 투입시킨 것은 대남 공작기구인 조선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현 35호실)의 권희경 부장이었다. 정씨의 능숙한 영어 능력을 인정했다고 한다. 실제로 정씨는 2001년 6월부터 영어 이메일로 본국과 연락을 취하면서 음어도 구사했다. 본부는 ‘Hellen(헬렌)’, 남조선은 ‘NamKyong(남경)’, 라오스는 ‘Noodle factory(국수공장)’, 홍콩은 ‘Red Flower Garden(홍초가든)’으로 불렀다. 방글라데시, 태국, 내몽고자치주, 필리핀 현지 주민으로 신분을 위장했던 정씨는 관광회사, 무역회사, 새우농장 등을 운영하며 사업 수완도 발휘했다. 그 사이 96~98년 해마다 한국을 방문하면서도 영어를 사용해 신분을 감쪽같이 속였다. 정씨는 올해 7월27일 4번째로 국내에 잠입했다가 국가정보원에 의해 검거됐다.
정씨는 조사 과정에서 인민무력부 정찰국 문화연락실이 97년 대거 숙청됐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35호실 지도원으로부터 ‘문화연락실 부부장, 과장 이하 지도원들이 모두 잡혀가고 문화연락실은 보위사령부에 의해 해체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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