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는 이곳이 우리나라의 엄연한 관할수역임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온 매우 소중한 시설입니다.”
한국해양연구원 연안방재연구사업단의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무인기지) 연구책임자인 심재설(48) 박사는 15일 할 말이 많았다는 듯 이어도 이야기를 쏟아냈다. 흔히 바다 속 ‘전설의 섬’으로만 알던 이어도에 우리나라 과학기지가 있다는 사실은 최근 중국의 감시 비행에 의해 우리 국민에게 알려졌다. 이어도 기지는 바다 속에서부터 수면 위로 지어올린 해상설비로 각종 관측장비와 통신, 운송, 임시주거시설을 갖추고 있다.
심 박사는 “이어도 기지 근처를 지나는 배가 연 20만척이 넘고 이곳의 데이터를 이용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보고해왔기 때문에 한국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우리나라의 관측활동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그는 “중국과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 협정을 가져야 하지만 이어도는 마라도로부터 149㎞, 중국의 퉁다오(童島)로부터는 245㎞ 떨어져 있어 중간경계를 그을 경우 우리나라에 속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1995년부터 200억원을 투입, 8년 만에 이어도 기지를 준공했는데 관측장비의 센서만 외국 것을 도입했고 나머지는 모두 우리 기술”이라고 자랑했다. 이 기지의 가장 큰 임무는 기상 관측이다. 우리나라 태풍의 40%가 통과하는 태풍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황금어장인 주변의 어종을 연구하기 위한 시설, 등대 및 수색 전진시설로서의 역할도 해 왔다. 자동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들은 10분마다 통신위성을 통해 심 박사가 있는 경기 안산시 해양연구원으로 들어오고 바로 해양수산부 기상청 해양경찰청 등으로 뿌려진다.
심 박사는 이어도 기지와 애환을 함께 했다. 2003년 9월 기지의 관측시스템을 시험운영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우리나라에 기록적 피해를 준 태풍 매미가 북상하는데 갑자기 시스템이 다운됐다. 심 박사는 기지 완공 후 첫 태풍예보에 기여할 욕심에 연구원 3명을 내려보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눈 앞이 캄캄해진 심 박사는 “내가 못할 짓을 했다”고 자책했다. 예정시간을 몇 시간 넘겨서야 “시스템을 복구했다”는 연락이 왔다. 심 박사는 “당장 뭍으로 나오라”고 소리친 뒤에야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해양연구원의 연구원들은 1~2개월마다 기지에 가서 장비를 점검한다. 심 박사도 분기마다 한 번은 이곳에 들른다. 하지만 ‘전설의 섬’을 오가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제주에서 작은 어선을 타고 7시간을 가야 닿을 수 있는데 조금만 파도가 높아도 뜰 수가 없다. 큰 배는 접안이 불가능하다. 잘 알려진 대로 이어도는 바람이 거칠게 불면 드러나는 얕은(수심 4.6m) 암초섬이기 때문이다.
심 박사는 “축적된 기술을 활용해 제2, 제3의 해양기지를 짓는다면 해양자원개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내년 이어도 기지를 한국해양연구원에서 국립해양조사원으로 이관할 방침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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