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연구회가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연구 성과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이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논문을 분석하고 대응논리를 찾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박선영 포항공대 교수는 한족이 역사적으로 동북지역을 장악하지 못하면서 이 지역이 다민족ㆍ다문화 사회가 되자 중국 정부가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새로운 문화 생성을 시도하고 있다고 동북공정의 배경을 분석했다. 김위현 단국대 교수, 한규철 경성대 교수(고구려연구회 회장) 등의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자유토론에서 서길수 서경대 교수(고구려연구회 이사장)는 “사대주의적 사관을 극복하고 중국의 연구에 대응할 수 있는 유효하고 강력한 새로운 사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또 “동북공정에 근본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수주의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전체의 보편타당한 사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수 단국대 교수는 “중국의 한국사 왜곡이 4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 소수민족의 역사는 모두 중국사라는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을 1단계, 고구려 역사는 한국 역사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일사양용’(一史兩用)론을 2단계, ‘주변국의 민족이라 하더라도 중국과 관련된 역사는 모두 중국사’라는 인식을 3단계로 본 서 교수는 중국의 최근 움직임을 ‘주변 역사를 말살하는 4단계’로 규정했다. 서 교수는 또 “중국이 사료의 임의조작은 물론 비슷하지 않은 사료를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다”며 “그 같은 행위는 결국 중국 학계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4년 중국 사회과학원 초청으로 하얼빈시를 방문했던 한규철 교수는 “당시 하얼빈의 발해박물관을 가려 했으나 쫓겨났다”며 “이는 중국이 한국의 발해 연구를 순수한 의도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학자들이 발해를 한국사로 연구하는 것이 중국과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깨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중국은 우리가 발해사를 한국사로 연구하는 것이 민족주의에 빠지거나 영토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둘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우리는 ‘개선문의 역사’가 아닌 ‘방어의 역사’, 즉 패권 추구가 아닌 평화 공존을 추구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측에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길수 교수는 “정부가 동북공정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지 회의적”이라고 비판한 뒤 “동북공정 등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발족하는 동북아역사재단은 외교부, 교육부 등 특정부처 산하에 두면 부처이기주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총리실이나 대통령 산하의 정책 기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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