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셋값 상승 원인중 하나로 꼽은 '짝수효과'가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짝수효과'는 짝수년도의 전셋값 상승률이 홀수년도보다 높았던 것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1998년부터 흐름이 반대로 바뀌어 오히려 홀수년도의 상승폭이 더 커진 상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전셋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한 '짝수효과'는 1990년 이후 1997년까지는 유효했으나 1998년 이후부터는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짝수효과는 전세 계약을 '2년 단위'로 하게 된 1990년부터 나타났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990년 전셋값 상승률이 16.8%였다가 이듬해에 1.9%로 떨어졌고, 1992년에 7.5%였다가 1993년에는 2.4%로 낮아졌다. 또 1994년 4.6%, 1995년 3.6%, 1996년 6.5%, 1997년 0.8%로 격년 단위의 등락이 되풀이됐다.
그러나 외환위기에 빠진 1998년에는 전세수요가 실종됐고 그 해 전셋값이 18.4%나 떨어지면서 이런 흐름이 끊어졌다. 이듬해인 1999년에 전세 수요가 다시 늘면서 16.8%나 올랐으며 2000년(11.1%)에도 오름폭이 컸으나 1999년 수준에는 못 미쳤다. 이 때부터 홀수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2001년 상승률도 16.4%로 2002년(10.1%)보다 높았으며, 2003년(-1.4%)과 2004년( -5.0%)에는 나란히 하락했지만 2003년의 하락폭이 더 작아 홀수효과가 유효했다. 2005년 상승률은 3.0%였다. 이처럼 1998년 이후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는데도 건설교통부가 짝수효과를 집값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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