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로, 칼럼니스트로, 에세이스트로 독특한 글쓰기 세계를 구축한 고종석 한국일보 객원논설위원이 시평집(時評集)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개마고원)를 냈다. 저자는 스스로를 회색인, 서얼, 자유주의자로 불러왔는데 이번 글도 그런 눈으로 본 세상사이다. 조용하되 분명하고, 진지하면서도 허황되지 않는 시선이 책에서 묻어난다.
글은 대부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쓴 것이다. 그는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내 생각이 그 사이에 크게 변했다. 그러나 변한 것은 내 입장이 아니라 그의 입장일 것이다’고 책머리에 적었다. 또 문화적 소수자의 상징으로 지지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 심지어 환멸의 감정을 곳곳에 드러낸다.
책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강금실 강준만 고건 고진화 김대중 김원웅 신기남 유시민 이문열 조순형 추미애 한명숙 홍세화 등을 말하고, 국가보안법 5월광주 언론자유 장애인 진보정치 한국어 세속주의 북한문제 안티조선운동 네오콘 등을 이야기한다. 뒷부분에는 영화에 대한 글 몇 편이 실려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획일주의 집단주의 다수결주의를 일관되게 배격하고, 반대로 소수자와 약자는 옹호한다.
책 제목의 신성동맹은 19세기 전반 이른바 빈 체제 하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군주들의 반동적 기독교 동맹에서 따온 말이다. 그는 ‘오늘날 자본을 매개로 한 반동정치세력과 반동언론권력 사이의 강고한 동맹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더 넓게는 자유와 평등과 연대를 향한 개인들의 열망을 위험시하고 억압하는 집단주의자들의 획일주의적 수구동맹을 의미한다고 한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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