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3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의 투자를 다변화해야 합니다."
14일 한국은행과 세계은행이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외환보유액 운용 국제 포럼'에 참가한 로렌스 서머스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국 등 개발도상국가의 과다 외환보유고가 최근 5년 사이 매년 5,000억 달러씩 증가해 올해 말에는 2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며 "개도국들이 외환보유고의 투자처를 보다 다양화해 현재 실질기준 0%에 머무르는 투자수익률을 높인다면 개도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매년 1%씩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한ㆍ중ㆍ일의 외환보유고는 세계 전체의 50%를 차지하는데, 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의 고통스런 경험 때문에 이들 지역 국가들이 외환보유액 과잉 축적을 고집하는 것 같다"며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1년 미만 단기외채를 갚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 외환보유액을 줄여도 금융위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 연초 한국은행 당국자의 '외환보유고 투자처 다변화 발언' 이후 세계 외환시장에 단기 충격을 줬던 사례와 관련, "역설적으로 한국은행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며 "한국은행이 투자처를 다양화하되, 외환시장에 투명한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낸다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의 사례로 볼 때 10년 이상 장기 투자의 경우 미국채나 단기채 위주의 중앙은행식 보수적 투자보다는 투자처를 주식 60%, 채권 40%로 분산하는 연기금식 투자가 훨씬 안정적"이라고 역설했다.
달러화 가치에 대해서는 "계속되는 경상수지 적자 때문에 3~4년 내 하락할 요인이 있지만,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간 논의를 통해 미국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는 중국이 적극적인 소비촉진 정책을 펴는 것이 세계 경제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주택시장의 냉각과 물가상승 위험, 유가 상승 등으로 글로벌 경제 및 미국 경제의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