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전반적으로 원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나 북핵 문제 해법 등을 논의할 때는 다소 긴장감도 감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회담은 오전의 정상회담과 오찬 회동을 포함해 총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양국 정상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만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한 구체적 조치에 대해 합의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주로 논의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695호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대북 제재를 비롯한 강경책을 시사하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한미동맹 관계의 지속적 발전에 공감을 표시하는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서는 이견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정상회담에는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부 장관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미국 고위 관계자들이 대부분 배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이태식 주미대사,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우리측 배석자 중에는 반미 운동을 벌였던 박선원(43)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박 비서관은 연세대 삼민투위원장을 지냈던 1985년 대학생들의 서울 미 문화원 점거 사건 배후 인물로 지목돼 구속된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 도착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시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뒤 오전 11시부터 정상회담에 들어갔다. 양국 정상은 일단 45분 가량 정상회담을 가진 뒤 15분 가량의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결과를 간략히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했다. 이어 정오께 백악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1시간 여 동안 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에 앞서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해들리 안보보좌관과 함께 정상회담 사전조율을 위한 실무 협상차 이른바 ‘2+2’회동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13일 라이스 국무장관, 데이스 헤스터트 미 하원의장 등을 만나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 현안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라이스 국무장관과의 접견에서 “나와 부시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대부분 겹치는데 이 기간에 한미동맹 재조정 작업이 합리적 방향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데 대해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상회담 직전에 뉴욕타임스는 “북핵 해법을 둘러싼 한미 정상 간의 이견이 최근 수개월 사이에 ‘동해만큼이나 넓어져’ 이를 숨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한 고위 관리가 “양 정상 간의 이견 폭이 동해만큼이나 넓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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