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봐서는 아직도 정정한 어르신들의 말 못할 고민 중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전립선 비대일 것이다. 전립선 비대는 40대 이후 중년 남성의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 중 하나다. 낮에도 소변이 자주 마렵고 시원하지 않지만, 밤에도 자주 마려워 자꾸 소변을 보기 위해 잠을 깨기 때문이다. 덩달아서 옆에서 자고 있는 죄 없는 부인의 단잠까지 깨게 하는 것도 문제다.
잘 알다시피 전립선 비대는 우선 약물로 치료한다. 대표적인 약제가 알파차단제다. 알파차단제는 방광 경부와 전립선부 요도의 긴장도를 떨어뜨려 비대해진 전립선으로 인해 저항이 높아진 방광 출구부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마치 양 쪽에서 눌려 시원하게 물살이 뻗어 나가지 못하는 호스의 내부를 넓혀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이 알파차단제가 대부분인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에 대해 일부 잘못 알려진 게 있다. 전립선 치료제는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약을 먹음으로써 정력이 세진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약물 치료로 전립선 비대를 치료하는 것은 수술과는 치료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복용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증상의 호전 정도에 따라 장기간 복용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무조건 계속 복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도가 약한 비대증의 경우 상당기간 약을 복용하다가 증상이 만족할 만큼 완화되면 잠시 투약을 중단하기도 한다.
또 전립선 비대가 생기면서 소변줄기가 약해지니까 정력이 약해진다고 표현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이것은 좀 틀린 표현이다. 심한 전립선 비대로 전립선이 위치하고 있는 요도부위가 좁아지면 소변 줄기가 약해질 뿐 아니라 사정할 때에도 장애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이런 표현이 생겼을 것으로 짐작된다. 반대로, 전립선 비대 치료약을 복용하면 소변 줄기가 세지는 대신 방광 경부의 저항이 약해져 사정할 때 오히려 방광 쪽으로 사정액이 거꾸로 역류하는 역행성 사정이 생기기도 한다.
전립선 비대의 또 다른 치료약제 중 하나인 5-알파 전환효소 차단제는 전립선 비대의 발생 기전이 남성 호르몬 의존적이라는 것에 착안해 만들어진 것으로 전립선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억제한다. 이 약은 실제로 작용하는 남성 호르몬 양을 줄이기 때문에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오히려 발기부전, 성욕저하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보통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5~15% 정도에서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이 약제는 아주 큰 전립선 보다는 중간 정도 이하의 전립선에 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임상에서는 알파 차단제와 5알파 차단제를 함께 복용시켜 양수겸장의 효과를 기대한다. 21세기 들어 인구의 노령화와 함께 많이 얘기되는 게 OPAL(Old People with Active Life)세대다. 현명한 OPAL 세대라면 약 복용도 전문의와 상의해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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