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더욱 시장을 개방하라고 북돋우겠지만 ‘중국 때리기’는 하지 않겠다.”
취임 후 처음으로 다음주 중국 방문에 나서는 헨리 폴슨(사진) 미 재무장관은 13일 재무부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종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시각과 다른 중국관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폴슨 장관은 “경쟁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중국을 세계화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이 잘 되지 못하면 미국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경제관계의 경쟁 측면보다는 상호의존성을 중시하고, 점진적이고도 외교적 방식으로 대중 경제 현안을 다룰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는 “중국과 미국 모두는 적대적인 정치적 수사(修辭)와 데마고그(선동정치)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미중 경제 관계가 여러 세대 동안 이어질 지속적 관계이며, 전략적인 포용 관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11월 미 중간선거가 있지만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중국 때리기가 재연돼서는 안 된다는 의사 표시로 볼 수 있다.
로버트 호머츠 골드만 삭스 부회장은 폴슨의 연설에 대해 “재무부의 정책이 환율 등의 일방적인 압력에서 벗어나 중국의 경제개혁을 지원ㆍ압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 언론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이 완화되고 중국 금융시장 개방 등 거시경제적 요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점쳤다.
폴슨 장관은 연설문 작성을 위해 지난 주 전체를 소비했고, 측근과 지인들을 총동원했다. 이번 연설이 그의 대중 정책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골드만 삭스 회장 시절 폴슨은 중국 정ㆍ재계 인사들과 두터운 교분을 쌓고 중국 경제를 이해한다는 평을 받았던 ‘월스트리트의 중국통’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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