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에 사는 50대 주부 김모씨는 지난해 말부터 눈이 부쩍 시리고 건조해 자동차 안에 안약(인공눈물)을 놓고 다닌다. 아침에 일어나면 모래알이 들어간 듯이 눈이 뻑뻑하고, 눈곱이 끼어 있다. 나이 들어 백내장이라도 생기는가 싶어 병원을 찾았더니 진단 결과는 백내장이 아닌 안구건조증이었다. 김씨는 “TV나 컴퓨터를 끼고 살지도 않는데”라며 의아해 했지만 사실은 지난해 폐경과 관련이 있다.
안구건조증은 요즘 같은 가을철이나 봄철 부쩍 환자가 많다. 흔히 실내에서 컴퓨터를 많이 쓰는 30~40대 직장인에게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폐경기 여성이야말로 안구건조증 취약층이다. 미국폐경학회에 따르면 폐경여성의 10명 중 6명이 안구건조증이다.
최근 들어 안구건조증의 주요 원인이 염증이라는 사실이 새로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라식수술을 받거나 콘택트렌즈를 오래 착용한 사람이 흔히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이유는 눈에 가해진 자극이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결막염이나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안구건조증이 생기는 것도 염증의 결과다.
폐경 여성의 경우 과거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눈물분비 기능이 떨어진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1만5,000명의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호르몬대체요법(여성호르몬을 투입하는 요법)을 받은 경우 안구건조증이 오히려 심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부족이 안구건조증의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안드로겐은 눈물샘과 안구 표면의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중앙대 용산병원 안과 김재찬 교수는 “폐경기에 접어 들면서 눈이 뻑뻑하고 건조감을 느낀다면 안구건조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과거 안구건조증을 완화하기 위해 많이 썼던 부신피질호르몬은 장기간 사용하면 백내장과 녹내장을 유발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땐 인공눈물을 넣어 눈을 촉촉하게 해주면 된다. 식염수는 눈물성분을 오히려 희석시켜 증상을 악화시킨다. 베이비 샴푸를 5대1로 희석해 눈두덩을 30~60초 마사지하며 눈꺼풀 주위를 닦아내는 것도 병행하면 좋다. 가습기를 틀어 환경을 건조하지 않게 하고, 컴퓨터를 오래 보지 않고, 눈을 자주 깜박이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하면 염증을 막아 안구건조증을 치료하는 레스타시스를 처방받아 1~3개월 넣어주면 된다.
▲ 안구건조증 자가진단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뻑뻑하고 충혈돼 있다.
건조하거나 매연이 심한 곳에 있으면 눈이 화끈거린다.
눈꺼풀에 염증이 자주 생긴다.
눈이 피곤하면 눈곱이 낀다.
눈이 뿌옇게 보이고 통증이 있다.
햇빛이나 형광등 아래에서 눈을 뜨기가 어렵다.
최근 눈이 아프면서 시력이 떨어졌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기가 어렵다.
찬바람을 쐬면 눈물이 흐른다.
*해당항목이 2개면 안구건조증 초기, 3~4개면 중기, 6개 이상이면 위험.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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