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구가 내달 3억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1967년 2억명을 돌파한 지 39년 만에 당시 인구의 반 만큼이 늘어난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격하게 인구가 증가한 데는 여성 한 명당 2명이 조금 넘는 출산율,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이민자, 평균수명 연장 등이 영향을 미쳤다. 유럽과 동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저출산 문제로 노동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12일 인구 증가와 부의 증가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특히 39년 간 미국의 일터에서 일어난 변화에 주목한 뒤 무엇보다 여성 노동인구의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변화라고 지적했다.
에른스트&영 회계법인에서 회사 내 근무 유연성과 성평등 정책을 관리하는 빌리 윌리엄슨이 32년 전 이 회사에 입사할 때만 해도 전 직원 100명 중 여성은 겨우 4명뿐이었다. 딸을 낳았을 때도 출산휴가를 한 달밖에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직원의 40%가 여성이며, 근무 조건도 크게 달라졌다. 출산 휴가는 유급 3개월이고, 이후에는 좀더 유연한 근무환경을 선택하거나 업무량을 줄일 수 있다. 남성 직원들도 자녀나 노부모 등을 돌볼 목적으로 여성과 똑 같이 근무환경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여성이 받는 보수도 39년 동안 크게 늘었다. 남성 근로자 연봉의 중간값은 67년 2만9,589달러에서 지난해 3만4,926달러로 18%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여성 근로자들은 1만1,367달러에서 2만3,546달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아직 남성 근로자들의 연봉에 못 미치지만, 여성 근로자들 중 비정규직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일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으로 성평등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수와 달리 직위에서는 아직도 양성간 격차가 존재한다. 포춘지 500대 기업 중 16.4%의 회사만이 여성 임원을 두고 있고, 이중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11명뿐이다. 일부 로스쿨에는 대부분 학생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들의 비중이 높지만, 실제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는 여성 변호사들은 17%밖에 되지 않는다.
나라 전체가 부유해지는 와중에도 중ㆍ하층 가계의 실질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39년 간 일어난 불행한 변화다. 특히 빈곤층 비율은 백인이 8.3%에 불과한 반면 흑인은 24.9%, 히스패닉 계열은 21.8%로 인종 간 격차가 크다.
그러나 신문은 전체 인구 중 빈곤층 비율이 12.6%로 39년 전에 비해 소폭 줄었고 빈곤층의 생활환경도 전에 비해 나아졌다는 점을 들어 인구 증가와 함께 늘어난 미국의 부가 대다수 국민들에게 혜택을 줬다고 분석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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