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는 이날에도 동의안 표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본회의가 예정된 19일까지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3개 군소야당의 중재안 제시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법사위 청문회 수용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청와대가 13일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전히 전 내정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야3당도 여당의 단독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다 임채정 국회의장도 당장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이날 이병완 비서실장의 발표문 형식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 실장은 “그 동안의 법 해석과 운용에 따랐으나 일부 절차적 문제를 충실히 챙기지 못함으로써 국회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임명동의안 논란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야3당의 진지한 노력과 대안을 존중한다”며 여야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우리당은 한나라당 압박을 가속화하며 야3당의 협조를 주문했다. 우리당은 ‘중재안을 거부한 쪽은 한나라당’이라고 부각시키면서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은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해서 절차적 하자가 보정되는 것도 아니며, 전 내정자는 이미 헌재소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법사위 청문회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당 내부에서는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는 온건론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강경론에 묻혀 있다.
이에 3개 군소야당은 이날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14일 본회의에서는 전효숙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지 않고 헌법재판관 2명의 동의안만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19일 이전에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하고 자질 문제 등에 대해서는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과 표명에 대해 “대통령의 뜻이 담겨있다고 보이지만 대통령 의중을 좀더 성실하게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당과 야3당은 19일 본회의에서 전 내정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16일 귀국 이후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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