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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한가위' 충무로는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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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한가위' 충무로는 즐거워

입력
2006.09.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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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까지 3주 가까이 남았지만 충무로는 벌써 한가위 준비로 여념이 없다. 어느 해보다 긴 추석연휴 덕분에 큰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추석 극장가에 걸릴 한국영화는 최소 6편. 한국영화 3편이 맞붙은 지난해 추석의 2배다. 14일 개봉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장기 흥행에 들어서면 7편의 한국영화가 각축을 벌이게 된다. 외화 4편까지 더하면 최대 11편의 영화들이 한가위 대회전을 벌이게 되는 셈이다.

영화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21일 개봉하는 ‘가문의 부활’은 ‘가문의 영광’ 시리즈 3편. 500만 관객을 넘었던 1편(510만명)과 2편(567만명)의 영광 재연에 나선다. 2편에서 웃음 폭탄을 선사한 신현준 김원희 탁재훈 김수미 등이 고스란히 출연한다.

‘왕의 남자’의 흥행마술사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라디오 스타’(28일 개봉)도 출사표를 던졌다. 박중훈 안성기 콤비가 ‘인정 사정 볼 것 없다’ 이후 7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주현 하정우 박준규 등이 출연하는 ‘구미호 가족’(28일 개봉)은 빅스타는 없지만 뮤지컬 코미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허영만 작가의 동명 인기 만화를 옮긴 ‘타짜’도 28일 개봉한다. ‘범죄의 재구성’으로 한국형 누아르의 새 장을 연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등 굵직한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다.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김정은 이범수 주연의 ‘잘 살아보세’(28일 개봉)와 엽기 코미디 ‘무도리’도 추석 대박을 노리고 있다. 하나 같이 따로 개봉했으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만한 작품들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없지만 외화들도 대목에 합류했다. 명절 단골 손님인 청룽(成龍)이 주연한 액션 코미디 ‘BB프로젝트’도 28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한다. 예술영화를 표방하는 ‘델러웨이 부인’과 일본영화 ‘기묘한 서커스’, 미국 애니메이션 ‘앤트 볼리’도 28일 동시 개봉,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올 추석 시장 규모를 800~1,000만 명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 4일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은 400만명이었다. 투자배급사 쇼박스 홍보팀 김태성 부장은 “주말과 개천절이 낀 징검다리 연휴가 9일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고 밝혔다.

저마다 추석 영화 1위를 자처하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 ‘가문의 부활’은 전편보다 못하다는 평이 부담스럽고, ‘라디오 스타’는 젊은 층이 외면해 애를 태우고 있다. ‘타짜’는 18세 이상 관람 등급이 최대 변수. ‘구미호 가족’과 ‘잘 살아 보세’, ‘무도리’도 인지도에 약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마다 장단점이 있어 쉽게 1위를 점칠 수 없다. 여러 작품들이 시장을 나눠먹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예측불허의 승부가 예상되면서 관객들의 눈도장을 먼저 받으려는 묘안들도 쏟아지고 있다. ‘가문의 부활’은 개봉일을 일주일 앞당겨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반시사회를 통한 입 소문 내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 추석 영화들은 최소 2만명에서 최대 5만명의 관객들을 상대로 무료 상영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가문의 부활’과 ‘구미호 가족’제작사는 추석연휴에 귀성 버스를 운용해 영화 알리기에 나섰다. ‘라디오 스타’도 ‘헬리콥터 타고 고향 가기’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잘 살아 보세’는 주인공들의 얼굴이 새겨진 윷놀이 판 2만개를 배부하며 18일에는 국회 시사회도 개최한다.

▲ 알고보면 더 재밌다! - 관람 포인트

가문의 부활

조직 폭력에서 발을 뺀 백호파 가문이 김치 공장을 운영하다가 겪는 위기를 그린 코미디. 2편에 이어 깊이 있는 영화적 즐거움보다는 자극적인 웃음으로 승부를 건다. 주인공들의 개성이 잘 살아난 연기가 흥행 포인트. 배급을 맡은 쇼박스의 김태성 부장은 "추석하면 역시 가족 코미디다. 15세 이상이면 즐겁게,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라디오 스타

한물간 철 없는 록스타(박중훈)와 속 깊은 매니저(안성기)의 우정을 그린 작품. 1,2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왕의 남자'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이준익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웃음과 따스한 감동이 매끄럽게 섞인 점이 최대 강점. 제작사 아침의 오숙현 마케팅 팀장은 "웃기면서도 울리는 영화다.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고 밝혔다.

타짜

도박판에 인생을 건 전문 도박꾼 '타짜'의 세계를 상세히 묘사했다. 도박을 통해 덧없는 인간의 욕망도 함께 풍자한다. '범죄의 재구성'에 매료된 관객이라면 반길 영화. 가족 관객을 겨냥하는 추석 극장가에서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이 걸림돌이다. 제작사 싸이더스FNH측은 "영화를 볼수록 관객의 감정이 증폭될 작품이다. 원작과 감독, 배우의 힘이 잘 녹아 든 웰메이드 영화"라고 말했다.

구미호 가족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도하는 뮤지컬 코미디. 인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라는 구미호 가족의 좌충우돌을 춤과 노래로 버무렸다. 보기 드문 장르라는 점이 강점이자 약점. 주현 하정우 박준규 등 연기파 배우들의 조화가 관심을 끈다. 제작사 MK픽처스의 박재현 마케팅실장은 "잘 만들어진, 새로운 유형의 영화라는 점이 흥행 포인트다. 특히 젊은 층의 관람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잘 살아 보세

1970년대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을 둘러싸고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웃음으로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 행복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 변희봉 안상태 등 조연들의 감초 연기가 눈에 띈다.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에서 연출의 뒷심이 부족한 것이 약점. 제작사 굿플레이어는 "한국영화 소재의 범위를 넓힌 가족영화다. 약간 구식처럼 보이는 소재지만 지방에서 특히 좋아할 작품이다"고 말했다.

무도리

삶의 의욕을 상실한 사람들이 자살 명당으로 소문난 시골 마을 주민을 만나면서 희망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HD영화. 다른 경쟁작들에 비해 인지도와 배우들의 흥행 파급력은 많이 떨어진다. 제작사 싸이더스FNH는 '달콤, 살벌한 연인' 같은 흥행 이변을 기대하고 있다. 유화영 마케팅 팀장은 "가족의 훈훈한 정을 되새길 수 있는 코미디 작품"이라며 "박인환 등 중년 배우들의 연기 변신을 눈 여겨 볼 만하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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